메뉴

[초점] 전공의 사직, 처벌 가능한가?

업무개시명령 불응 시 개정 의료법 따라 ‘면허 취소’ 가능

기사입력 : 2024-02-22 20:43:01

사직서 제출 전공의 9000명 넘어
정부, 단체행동 불법행위로 간주
작년 법 개정돼 면허 결격사유 확대

“업무개시명령 대처로 휴대폰 꺼도
문자 발송으로 명령서 송달 해석”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9000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 중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00여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전례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가지는 무게와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알아본다.

경남도의사회 회원들이 22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도의사회 회원들이 22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사직서 제출의 무게는= 사직은 ‘고용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만약 전공의가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해당 전공의와 병원 간의 고용관계가 종료된다. 그 뿐이다.

의사면허가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등 불이익은 없다. 향후 각 대학병원이 정기적으로 모집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공고에 재차 지원해 전공의 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 이외에도 의사면허가 있기에 일반의로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료계는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을 ‘파업’이 아닌 ‘포기’라고 표현했다. 지난 19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의 압박에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의사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할 때마다 의료계의 무기가 돼 왔다. 지난 2020년 의료개혁 추진 당시에도 전공의 80%가량이 사직서 제출과 휴업에 돌입하는 식으로 반발했고, 결국 정부는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매번 반복되는 전공의 집단사직에 대한 비판도 크다. 비판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반했다는 것만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지난 21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인의 기본 소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서,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집단행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같은 날 “국민의 생명권은 당연히 소중하나 의사의 직업 선택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1만여명의 전공의는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중심축이다.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는 이들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다. 최초에 의료진의 수도 결국 국가가 결정했다. 현재 전공의의 사직이 수리되지 않고 있는 것도 정부가 각 대학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법 59조와 전문의 수련규정 제15조에 근거한다.

의료계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의료를 지키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며 의사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단체행동을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강력 대응’ 정부의 믿는 구석은= 현재까지 전공의 집단사직이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2020년 의료개혁 추진 당시에도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했다. 과거와 달리, 올해 정부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강력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믿는 구석은 지난해 개정한 의료법에 있다. 지난해 의료법 65조(면허 취소와 재교부) 조항이 개정되면서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가 확대됐다. 기존에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면허가 취소됐지만, 개정법에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이라는 문구가 삭제되면서 법령과 무관하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현행법상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이 자신들에게 내려진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지난 16일 박 차관이 “업무개시명령 불응에 따른 고발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만 나와도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력히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전공의 사이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을 송부받지 않았다고 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끄거나 잠적하는 등 대처법이 공유돼 왔다. 이는 지난 2020년 전공의들이 펼쳤던 전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 명령서가 송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용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