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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슬픈 사연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윤재환 (의령예술촌장)

기사입력 : 2024-03-11 21:14:58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을 듣는다. 모든 음악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음악에 담긴 사연은 기쁨을 노래한 것도 있지만 슬픈 사연을 노래한 것도 많다. 특히 노래들 중에 슬픔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탄생한 곡들이 꽤 많다. 그중에서도 에릭 클랩튼의 ‘티어스 인 헤븐’과 아그네스 발차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그리고 유심초의 ‘사랑이여’이다.

“네가 내 이름을 기억할까/ 우리가 천국에서 만나다면 말야/ 예전과 똑같을까/ 우리가 천국에서 만난다면 말야/ 난 강해져야만 하고 이겨내야 해/ 나는 천국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니까/ 내 손 잡아 줄래/ 우리가 천국에서 만난다면 말야”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올해 79세 에릭 클랩튼의 노래, 천국의 눈물이라고 하는 ‘티어스 인 헤븐’이다.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 슬픔이 묻어나는 듯한 멜로디의 이 노래는 에릭 클랩튼이 하늘나라로 보낸 네 살짜리 아들을 그리워하며 직접 작곡하고 작사했다. 그리고 직접 불렀다. 이 노래는 참 슬프다. 아들을 잃은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어린 아들을 잃은 에릭 클랩튼의 마음이 오죽할까 싶다. 그래서 이 노래는 슬프기에 또 아름답다.

두 번째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이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속에 남으리/ 내 기억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로 시작된다. 그리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음악가인 미키스 테오도라스키가 만든 곡이다. 특이 이 노래는 그리스의 성악가이자 감미로운 메조소프라노의 음색이 더욱 매력적인 오페라 가수 아그네스 발차가 불렀고, 우리나라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불러서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이 노래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맞서 싸우기 위해 기차를 타고 전장으로 가는 그리스 청년의 아픈 사연을 노래한 곡이다. 그 당시 전장으로 가는 그리스 민병대원들이 최종 집결한 곳이 카테리니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8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태우고 전장으로 보내는 사연을 노래한다. 애절하면서도 또 아름다운 이 노래는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굴곡의 역사를 가진 우리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노래이기에 가슴을 더 아리게 한다.

또 하나는 유시형과 유의형 두 형제로 구성된 듀엣 유심초가 부른 ‘사랑이여’이다. 최용식이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로 1981년에 발표되었다.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꿈처럼 행복했던 사랑이여/ 머물고 간 바람처럼/ 기약없이 멀어져간 내 사랑아”로 시작되는 이 노래 또한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몸 일부가 자유롭지 못한 부잣집 외동아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 국문학과에 다니던 시절에 매일 학교 가는 버스에서 여차장을 만나는데, 이 여차장은 몸이 불편한 그를 자리도 잡아주고 간혹 부축도 해주곤 했다. 그렇게 해서 여차장과 연민의 정을 느끼며 데이트도 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대학생 청년과 여차장은 더없이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실을 안 청년의 아버지가 버스회사로 찾아가서 난리를 쳤고 모욕을 주었다. 여차장은 버스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집으로 가서 몸져 누워지내다 농약을 먹고 생을 마감했고, 이를 안 청년도 절규하며 울부짖다 어느 날 그녀의 무덤 앞에서 약을 먹고 그녀를 뒤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그 청년의 점퍼 주머니에 그녀를 그리는 글이 있었는데 바로 ‘사랑이여’라고 한다.

이처럼 어느 누구에게 그토록 가슴 아픈 사연이 노래로 만들어지고, 그 노래를 듣고 우리는 또 아픈 사연을 공감하며 생의 용기를 얻곤 한다. 그 슬픔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노래로 인해 우리의 정서는 이 봄날의 향기처럼 또 따스하고 감미롭다.

윤재환 의령예술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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