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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독서와 인생의 만남- 정호영(대한민국J-ROTC위원회 위원장)

기사입력 : 2024-03-26 19:51:24

독일의 문학자 한스 카롯사가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이다. 태어나서 부모 형제를 만나고, 자라면서는 친구와 이웃을 만나며, 선생님과 인생의 배우자 또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만남들을 수없이 경험하며 살아간다. 매일 아침 눈을 뜬 그 순간부터 삶을 둘러싼 모든 경험들은 만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만남은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할 수도 있는 축복이자, 변화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만났던 선생님의 말 한마디와 작은 관심이 내 인생을 결정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아주 사소한 만남이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책을 통해서도 위대한 만남을 이룰 수 있다. 꼭 고전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책 속에 녹아든 한 인간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교양서적이나 자기계발서, 삶의 지혜서와의 만남이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책은 영감의 원천이며 인생 문제의 해결책을 담은 지혜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책 하나를 만나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중한 순간을 만날 수 있고,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도 있다.

책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힘이 있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도 초강대국들은 모두 독서강국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은 동양 고전의 정수인 공자와 노자가 살았던 위대한 독서국가였다. 중국이 수천 년 동안 초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넓은 영토 때문이 아니라, 위대한 인문 고전국가였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이 다시 강대국으로 부상한 이유도 독서강국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이미 1900년부터 시골까지 수천 개 이상의 공공도서관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었고, 독서 국민을 탄생시켰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 초·중학교의 69%인 2만6000여개 학교가 매일 1교시 시작 10분 전에 책을 읽는 ‘아침독서’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에는 ‘독서형 인간’이 가득하다. 국민의 77%가 매일 1시간씩 책을 읽고, 국민 67.8%의 도서관 이용률이 보여주듯이 매일 저녁 식사 이후에 온 식구가 모여 한두 시간씩 책이나 신문을 읽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에 조사한 우리나라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은 성인이 40.7%로 지난 2019년의 52.1%에 비해 10%p 이상 감소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성인의 둘 중 하나는 1년 내내 책 한 권 안 읽었다는 결론이다. 그 결과 2019년 1인당 연간 독서량이 6.1권이던 것이 2021년엔 2.7권으로 반토막이 되어 버렸다. 유대인의 연간 독서량이 성인 평균 69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OECD 국가 중 15년째 독서량 최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 상황이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1인당 소득 3만4000달러인 한국은 물질적, 문화적으로도 이미 선진국이다. 그러나 책을 가장 안 읽는 선진국 한국의 미래는 걱정스럽다. 독서와 사색이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초고령 국가로 달려가는 선진국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참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진지한 성찰과 성숙한 담론을 지닌 국민의 품격이다. 독서는 읽는 국민들의 의식의 확장을 통해, 인생을 깊게 넓게 볼 수 있는 관용과 자신의 품격을 높여 갈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고가 되고 싶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것이 평범한 인생이 스스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호영(대한민국J-ROTC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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