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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23) 교사다단(狡詐多端)

- 교묘하게 속이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기사입력 : 2024-04-02 08:07:57
동방한학연구원장

약 3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사람들이 상식이 있었고, 체면(體面)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어느 정도는 지키고 있었다. 지식인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는 무슨 직종에 종사하든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했고, 남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이런 것은 다 유교(儒敎)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무슨 종교를 믿건 간에 유교의 가르침은 우리 생활에 뿌리를 깊이 박고 있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유교의 가르침의 근본은 사람 만드는 데 있다. 자신이 바르게 살면서 다른 사람들도 바르게 이끌어 가려는 것이다. 나아가 나라나 전 세계를 사람이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 유교 가르침의 최종 목표다.

그러나 30여 년 전부터 유교 가르침의 영향이 약화되자 사람들의 인성(人性)이 급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자기의 인성이 파괴되어도 걱정을 안 하고, 주변에 인성이 파괴된 사람이 있어도 바로잡을 생각을 안 하는 세상이 되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오로지 출세하여 자기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결과 인성을 생각하지 않고 교활(狡猾)하게 사기(詐欺)를 치는 사람이 세상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다가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 952명 가운데서 범죄 전과가 있는 후보가 305명이다. 3분의 1이 전과자다. 그것도 각 정당에서 엄정하다는 공천을 통해서 걸러낸 결과다. 전과자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실형을 받은 사람도 여럿 있는데, 이들도 조금도 자제하는 분위기 없이 남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도자의 학문을 담은 ‘대학(大學)’이라는 책의 맨 첫머리에, “대학의 도리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大學之道, 在明明德.]”라고 했다. ‘밝은 덕[明德]’이란 무엇인가? 하늘에서 부여받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인격이다. 모든 이치가 그 속에 갖추어져 있어서 모든 일에 대응해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근원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기질에 구애를 받거나 욕망에 끌려서 밝은 덕이 가려지거나 어두워지거나 변한다. 이익 출세 이름 등등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덕을 끊임없이 자신이 밝혀주어야 한다. 이것이 수양(修養)이다. 밝은 거울에 먼지가 앉으면 비춰볼 수 없다. 그러나 그 밝게 비추는 기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시 닦으면 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에도 타고난 덕(德)이 있는데, 이것이 외부의 이익 출세 이름 등등의 욕망에 묻히면 본래의 덕이 기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계속 닦아주어야 원래 가진 덕을 회복하여 밝힐 수 있는 것이다.

나쁜 것은 금방 중독이 된다. 온갖 교활한 방법으로 계속 남을 속이게 되면, 점점 그 수단이 늘어나고 고칠 수도 없게 되고, 자신이 나쁜 짓을 하는 줄도 모르게 된다. 그래서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밝은 덕을 닦아 다시 밝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狡 : 교활할 교. * 詐 : 속일 사.

* 多 : 많을 다.

* 端 : 실마리 단. 가지 단.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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