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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24) 사당수정(士當守正)

- 선비는 마땅히 바른 도리를 지켜야 한다

기사입력 : 2024-04-09 08:10:53
동방한학연구원장

조선의 역사에서 사화(士禍) 못지않은 큰 사건인 기축옥사(己丑獄事)가 1589년에 있었다. 그 1년 전 조정의 논의가 사분오열(四分五裂)하여 공정한 도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1575년 동서분당(東西分黨) 이후, 조정 관원들은 자기 당파의 사람이면 비호하나 상대당이면 무조건 공격하는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각자 자기 의견을 고집하면서 남의 말은 듣지 않아, 갈등이 극도로 심했다.

그때 퇴계선생(退溪先生)의 제자로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하고 있던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은 고향에 가 있었다. 얼마 뒤 조정으로 돌아온다는 소문이 들렸다. 학봉이 어떤 주장을 할까 하는 것이 조정 관원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그가 서울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꼭 다 소인(小人)인 것은 아니고, 나와 같다고 해서 어찌 참된 군자(君子)이겠는가? 저쪽 편이나 이쪽 편인가를 논할 것이 없고, 오직 훌륭한 사람이면 등용하고 못난 사람이면 버리는 것이 옳지요.” 모든 관원들이 학봉을 존경하면서 승복했다.

선비는 본래 자신을 바르게 수양하고, 그 바탕 위에서 다른 사람을 바르게 살게 지도하거나 영향을 주어야 한다. 국가사회를 사랑하고 늘 바로잡으려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선비를 오늘날 말로 바꾸면, ‘국가사회의 지도층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지식인이 교수, 언론인 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땅히 바른 말을 해야 하고 바른 길을 가야 한다. 그래야 일반대중들을 오도하지 않을 수 있다.

자기와 다른 파에 속하는 사람이라도 훌륭하면 존경하고 그 말을 따르고, 자기와 같은 파의 사람이라도 바르지 않거나 나쁘면 편들어서는 안 되고 내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언론인들은 두 파로 갈라져 극명하게 편들기를 한다. 공정보도, 춘추필법(春秋筆法)은 지금 아예 논하지도 않는다. 대학교수들 가운데도 특정 정파나 특정 인사를 편들어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을 오도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 가운데는 범법자가 가장 많아 문제가 많고 저질이다. 이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의 22대 국회를 상상하면, 앞날이 뻔하다. 국민들이 잘 살펴서 잘 골라 뽑아야 나라가 바로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칭 신라(新羅) 원효(元曉) 이후 가장 학문에 깊다는 어떤 교수가, 7가지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후보에게, 강의 중에 극도의 찬사를 보냈다. 재판을 받는 사람은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죄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업 내용과 관계가 없는데도 이런 극도의 찬사를 보내는 행위는,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가 하는 심각한 의심이 든다. 이런 자와 비슷한 교수가 수도 없이 많다.

결국은 나라의 운명은 국민들의 손에 달렸다. 생각이 바른 사람, 훌륭한 사람, 국가민족을 생각하는 사람, 솔선수범하는 사람,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잘 골라 뽑아야 한다. 자기 세력 확장, 개인 원한 보복, 심판, 개인 명예회복, 대중 선동 등에 이용하려는 사람은 뽑아서는 안 된다.

* 士 : 선비 사. * 當 : 마땅 당.

* 守 : 지킬 수. * 正 : 바를 정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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