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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창원국가산단의 더 크고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구자천(창원국가산단 50주년 발전협의회장)

기사입력 : 2024-04-14 19:21:19

과거를 뒤돌아 ‘라떼시절’을 한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현재의 회사가 창원국가산단에 터를 잡은 것은 1978년이었다. 당시 선친이 경영하고 있던 목재 사업을 창원국가산단에 입주하여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성장 산업이 아니었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던 중 기계 설비와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지인에게 소개받은 어느 일본 기업과 공동 출자하여 창원에서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 이후로 여기 창원국가산단과 함께 한 지가 어느새 45년이 흘렀다.

‘라떼시절’을 이야기한 것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바로 지금이 창원국가산단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창원국가산단은 올해 지정 50주년을 맞는다. 조성 당시 44개에 불과했던 기업은 3000여 개가 되었으며, 15억원에 불과했던 한 해 생산액도 60조원을 돌파하였다. 입주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산단도 성장할 수 있었다. 이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였기 때문이다. 도전과 혁신은 우리 기업들의 숙명이며, 그렇게 산단의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기존 기계, 자동차, 전기·전자 중심의 주력산업에 최근에는 방산, 원전, 우주항공 등 새로운 분야가 급성장하여 지역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R&D(연구 개발)가 이끈다.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R&D 인력 역시 이 지역에 와야 하지만 지금 지역 여건은 녹록지 않다. 유입은커녕 청년인구의 지속적인 유출은 창원국가산단뿐만 아니라 창원의 미래도 위협하고 있다. 일자리와 학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20·30대 청년층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취업 남방한계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해’ 등은 단순 농담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기업만의 힘으로는 풀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창원국가산단 50주년 발전협의회’를 통하여 창원국가산단의 미래에 대해서 여러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많은 위원들이 공감했던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R&D를 통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이끌기 위한 연구개발 인력의 유치와 양성이었다. R&D 시설·장비를 더욱 확충하여 기업의 편의성을 높이고, 연구에 특화된 기술 중심의 전문대학원과 연구기관의 유치도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창원국가산단의 공간 재편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산단 가운데를 흐르는 ‘남천’은 자연 하천이지만 산단 근로자에게는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공간으로 떨어져 있다. 도심을 흐르는 ‘창원천’ 역시 마찬가지이다. 싱가포르 ‘클락키’나 울산의 태화강, 부산의 수영강처럼 근로자와 시민이 함께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가까운 공간으로의 재편도 필요하다.

오는 4월 24일에 열리는 ‘창원국가산단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전협의회에서 나누었던 여러 내용이 담긴 ‘창원국가산단 미래 50년 비전’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50년간 창원 그리고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창원국가산단은 이제 더 크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구자천(창원국가산단 50주년 발전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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