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경남시론] 청년몰과 재래시장 일거양득 묘책 없나?- 황외성(경남도의회 입법담당관)

기사입력 : 2024-04-21 19:32:57

수일 전, 지인들과의 대화 중에 고품질 저가격 대형유통점이 화제가 됐다. 세상물정 모른다고 핀잔받을까 하는 망설임 끝에 김해 주촌에 운영 중인 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 이야기임을 알아냈다. 1994년 서울에 1호점 개점 이후 18호점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최근 창원에 개점 준비 중인 국내그룹의 대형유통매장 진출의 후유증이 가시기 전에 외국계 대형유통점까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대형유통점 입점 시마다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우려로 벌어지는 홍역도 어쩔 수 없는 모양새다. 접근성이 좋고 주차가 편리하며 양질의 다양한 상품을 찾는 고객들의 니즈를 애국심에 기대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그렇다고 서민 삶의 터전인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즉 경쟁력을 갖추고 극복해야 하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아케이드도 만들고 주차장도 설치하는 등 전통시장 현대화사업과 상점가 육성에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왔다. 경상남도의 경우, 2004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금년까지 4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예산도 해마다 4000여억원이 들어감에도 여전히 목말라 있다. 여기에 돌파구로 보태진 것이 청년몰 사업이다. 전통시장 내에 청년상인 집적단지를 조성해서, 전통시장의 활력도 제고하고 청년 창업도 안착시킨다는 전략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 1000여억원이 투입됐지만, 성과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양적으로는 2016년 14개소, 2017년 12개소, 2018년 9개소, 2019년 6개소로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3월 기준, 전국 39개 청년몰에 672개 점포 가운데 26%인 175개가 문을 닫았다. 경남의 경우도 2016~2019년 45곳의 청년몰 중 11곳이 문을 닫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5년간 생존율은 평균 53%다. 경험 부족과 사후관리 부족, 위치상 문제와 상품 브랜드 한계 등 복합적 원인으로 정책사업이 성패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일거양득의 묘책은 없는 것일까? 외국 방문 중 눈여겨봤던 시장들이 오버랩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원조거리인 프레몬트 스트리트가 대표적이다. LED돔이 불빛향연을 하고 그 아래도 집라인이 오가며, 상가 전체가 공연과 축제장이었다. 연간 6000만명이 다녀간다 하니 놀랄 일이다. 라트비아 리가의 중앙시장도 떠올려진다. 시의회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소매점포가 3000개에 달하며, 하루 8만~10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선진국 시장만이 최선일까? 빈국 라오스의 방비엥 야시장의 경우 밤마다 인산인해다. 지역 특성을 살린다면 희망이 있음을 말해준다. 즉 전국의 전통시장과 청년몰의 유사성을 뛰어넘어 차별화되고 새로움을 요구하고 있다. 타깃 역시 전국 또는 글로벌을 지향해야 한다. 최근 백종원 셰프의 골목상권과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모범 사례로 회자된다. 올해 초, 창녕군에 이어 최근 통영시가 백종원 마케팅에 나선 것도 그의 브랜드를 접목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나마 그 수가 늘어나면 이 또한 평범해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식회사 프랜차이즈 경남’을 제안해 본다. 즉 한식·중식·일식 등 외식은 물론, 각 분야의 최고 브랜드를 가진 인물과의 협약으로 명품 프랜차이즈 세트 방식의 청년몰을 만들자는 뜻이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 ‘청년몰사관학교’를 만들어 창업교육 및 사후관리를 병행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를 지역시장마다 특색이 가미된 희망하는 전통시장으로 확산시킨다면, 전국 모범의 경남만의 브랜드가 되지 아닐까 싶다. 청년몰도 전통시장도 함께 살리자는 한 방편에 적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황외성(경남도의회 입법담당관)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