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경남의 웹툰 스타 ③ ‘새동네’ 림스 작가

‘3만6000여명이 찜한 웹툰’ 익숙한 것 그려 ‘특별한 컷’으로

기사입력 : 2024-04-30 21:19:32

취미로만 즐기다 인생 만화 접한 후 만화가 꿈꿔
일 병행하다 전업 작가 2년 만에 카카오페이지 데뷔
물리치료사 하며 만난 노인 소재로 잇단 작품 제작
‘새동네’ 장기연재하고 다큐·여행만화 책 작업 목표


어느 도시의 산간벽지. 할머니 셋과 할아버지 하나, 물리치료사인 한 청년과 여자 대학생 등.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곳 마을의 이름은 ‘새동네’.

어쩌면 진부하지만 잔잔한 우리네 사람 사는 이야기라거나 무겁고 진중한 드라마 장르를 상상했던 필자의 생각이 진부했다 고백한다. 이 이야기는 범죄물, 아니 스릴러. 그러기엔 분명 달고 쓰고 따뜻함도 있으니 장르를 총망라한 범죄스릴러코믹액션드라마쯤으로 해두는, 림스(본명 임성훈) 작가의 웹툰 ‘새동네’다.

‘새동네’ 림스 작가
‘새동네’ 림스 작가

할머니가 구수한 욕지거리와 함께 독을 쓴다. 칼을 쓰고 주먹을 날린다. 할아버지는 더하다. 전국구 조폭을 상대로 뼈도 못 추릴 만큼 적당하게(?) 쥐어팬다. 심히 의심스러운 이들의 정체는 은퇴한 킬러들이다. 웹툰은 별안간 새동네 일대가 신도시 개발사업에 휘말리면서, 이제는 손 씻고 얌전하게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면서 겪는 이야기다.

웬만한 웹툰 열에 아홉에서 미남미녀를 등장인물로 그리고, 예쁘진 않더라도 젊은 남녀가 그리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중에 작가가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생각보다 특별하지는 않다. 작가는 ‘익숙하고 재밌어서’라고 축약한다.

웹툰 '새동네'
웹툰 '새동네'
웹툰 '새동네'
웹툰 '새동네'

“웹툰 그리기 전에 직업이 물리치료사였어요. 병원에 일하다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 관찰할 기회가 많았는데 특이한 말투가 흥미롭기도 했고, 그 안에서 어르신들 크로키를 많이 그려서 자연스럽게….”

그래서인지 림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잇따라 노인들을 소재로 했던 바 있다. 지난 2020년에 냈던 출판 만화 ‘박경순 할머니의 치매’는 치매 할머니의 기억 회복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뤘고, 그보다 앞서 2012년 그는 데뷔작에서도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2’라는 다큐멘터리 만화잡지에 실었던 단편이었다.


2012년은 그가 만화에 본격적으로 덤벼든 해이자 데뷔한 해다. 시작하자마자 데뷔라니, 천직이라 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꽤 오랜 세월을 돌아왔다. 1980년 마산에서 태어나 여느 아이와 같이 만화책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걸 직업으로 삼기엔 멀어 보였다.

“만화가가 되려면 일단 그림이 돼야 하잖아요. 저는 주로 판타지 만화들을 봤었는데, 제 그림이 밀도 높게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취미로만 즐기자 싶었죠.”

‘새동네’ 림스 작가
‘새동네’ 림스 작가

그저 취미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만화와의 거리를 유지했던 그의 인생에 만화라는 것을 당기기 시작했던 건 군인이었을 때였다. 2004년 직업군인으로 입대했던 즈음 그는 인생 만화를 만난다. ‘송곳’으로 유명한 최규석 작가의 만화책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 생태 보고서’ 등이 그것이었다.

“최규석 작가님은 자기 삶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화들을 그리셨어요. 이 만화들을 접하고는 ‘만화가 이런 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럼에도 ‘만화’와 ‘안정적인 삶’은 어쩐지 상충되는 것 같아서 군 생활 취미로 만화를 시작했지만, 그것은 보다 큰 갈증으로 와닿았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택했다.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던 나이 스물아홉에 그는 다시 대학생이 됐다. 3년 과정이 끝나던 2011년 물리치료사 일과 만화 작업을 병행하기를 1년, 한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기 위해 이듬해 고향 마산으로 와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새동네’ 림스 작가
‘새동네’ 림스 작가

그렇게 그의 인생 깊숙하게 만화를 끌어당기기를 2년, 카카오페이지에 웹툰 ‘전설의 안마왕’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새동네’를 관심웹툰으로 등록한 독자가 3만6000여명에 달하지만 그는 지금이나 그때나 ‘운’이라며 냉정하기 그지없다. “제 눈엔 다 재밌죠. 근데 다른 사람에게도 재밌겠나 하면 그건 모르겠어요. 또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 그림체가 어린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체는 아니거든요.” 그는 ‘완벽하고 예쁜 그림에 질린 이들의 일탈’ 정도로 자신의 독자들을 표현하지만, 마침 완벽하지 않아 매력적인 B급 문화가 주도권을 잡은 시대가 아닌가.

그의 지금 목표는 ‘새동네’를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장기 연재하는 것이다. 먼 훗날에는 ‘돈 안되는’ 작업들을 하고 싶다. 다큐멘터리 만화나 여행 만화 같은 걸 책으로 작업하는 일이다. 운도 실력이고 시대를 타고나는 것도 능력인 걸 모르는, 임성훈 작가가 보여줄 ‘운’과 그가 누릴 ‘시대’를 기대하는 오늘이다.

글·사진= 김현미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