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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주택 광고 지번 표시’ 4년… 소비자·중개사 모두 불만

기사입력 : 2024-05-01 21:16:44

부동산 허위 매물 근절 위해 시행
인터넷 등 공개 ‘매물 특정’ 가능성
개인정보 노출 우려해 광고 꺼려
매수자도 물건 없어 비교 어려워
“중개의뢰인 원치 않을 땐 생략해야”


“저희 부동산은 다가구주택 거래가 주인데, 지번 표시 의무화로 광고가 어려우니 새로운 손님을 받기 쉽지 않죠. 광고가 없으니 소비자들도 물건 비교가 어렵고요. 소비자(매도·매수자, 임대·임차인), 중개사 모두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광고시 다가구주택의 지번 표시가 의무화된 지 4년이 지난 가운데, 이를 두고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모두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창원시 의창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입구에 물건 정보가 게재돼 있다.
지난달 30일 창원시 의창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입구에 물건 정보가 게재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허위 매물 근절 등을 위해 2020년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면서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명시사항 세부 기준’ 고시를 마련했다.

해당 고시에 따르면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 의뢰받은 중개대상물을 인터넷상에 표시·광고를 할 때 순수 단독주택의 경우 물건 중개의뢰인이 원하지 않으면 지번을 뺀 읍·면·동·리까지 표기하면 된다. 반면 순수 단독주택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건물은 지번과 동·층수를 포함해 표시·광고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개업계에서는 일명 ‘원룸주택’이라 불리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해당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아파트는 가구수가 많은 데다 중개의뢰인이 원할 경우 층수를 저·중· 고로 표시할 수 있는 만큼, 주소가 공개돼도 광고 매물이 특정될 가능성이 낮다. 각 세대마다 주인도 다 다르다.

반면 주인이 같으며 층수가 낮고, 세대수가 적은 다가구주택의 경우 인터넷 등에 표시·광고 시 지번이 공개되면 매물이 특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중개의뢰인들은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해 지번 노출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고, 개업공인중개사들 역시 물건을 뺏길 우려 등으로 다가구주택의 광고를 꺼려왔다.

창원시 주택 밀집 지역에서 1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해 온 A 공인중개사는 “가지고 있는 다가구주택 물건을 인터넷, 앱 등에 광고하는 건 절반도 안 된다”며 “다가구주택 주인들은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해 광고하지 말고 거래해 달라는 경우가 다수이고, 저희들 역시 손님들의 요구와 물건을 빼앗길 우려 등으로 광고를 안하다 보니 새로운 손님 유입이 쉽지 않다. 4년 전 대비 절반은 줄었다”고 토로했다.

인근 B 공인중개사는 “다가구주택인 원룸을 광고하면 번지가 뜨니까 광고한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 또한 구축 원룸주택의 경우 주인들 전화번호가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아 물건 광고시 부동산끼리 불신과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가구주택 주인들도 부동산 광고시 지번 노출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다가구주택 소유자인 서모(67·창원시 의창구)씨는 “부동산 한 곳에만 집을 내놨는데 광고시 번지를 올려놓다 보니 다른 부동산에서도 전화가 와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며 “심지어 일반인들이 직접 세입자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수, 임차 중개의뢰인들은 다가구주택 물건을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광고를 꺼리다 보니 부동산을 통하지 않는 한 다가구주택 물건 비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개업계에서는 실제 지번 노출 시 매수, 임차 중개의뢰인으로 가장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재갑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상남도회장은 “다가구주택의 지번 노출로 인해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영업권 침해뿐만 아니라 다가구주택을 찾는 중개의뢰인들의 불편함과 각종 강력범죄 발생 우려가 지속돼 왔다”며 “다가구주택도 단독주택과 같이 중개의뢰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지번 표기를 생략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의 조속한 고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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