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지역 청년 미술가들의 시작·변화·성장을 기록하다

사림153 ‘단초전’에 담긴 의미

기사입력 : 2024-05-02 17:59:51

2017년 모임 만들어 작업과정 공유·교류 이어와
지난해 첫 전시 15명 참여… 올해 5명 더 합류
“지역 청년작가 작품 활동에 중요한 단초 됐으면”


단초(端初)는 ‘어떤 일을 풀어내는 첫머리’다. 경험과 가치, 신념 등 개인에게 내재된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이어가는 작가에게 단초는 태생이자 미래로 이끌 교두보다. 그런 작가에게 단초를 되새기는 일은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경남과 창원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의 교류단체인 ‘사림153’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작가들의 단초를 탐구하고 기록하는 전시 ‘단초전’을 창원 성산아트홀 제1전시실에서 진행하고 있다. 사림153은 지난 2017년 만들어진 단체로 청년작가들의 교류를 통해 서로의 작업 과정을 공유하고 비평적 의견을 지속적으로 아카이빙한다. ‘단초전’은 지난해 7월 동남아트센터에서 첫 시작을 알렸다. 전시를 통해 장건율, 방상환, 박준우, 한혜림 작가 등 15명이 자신의 작업 변화를 이끌어낸 단초를 탐구했다.

지난 1일 성산아트홀 제1 전시실에서 열린 ‘단초전’에서 장두루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어태희 기자/
지난 1일 성산아트홀 제1 전시실에서 열린 ‘단초전’에서 장두루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어태희 기자/

이번 두 번째 단초전은 지난해 참여한 15명의 작가에 더해 장두루, 지우 작가 등 5명이 합류했다. 올해 참여한 5명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단초'를 발견하고 지난해에 이어 참여한 15명의 작가들은 첫 전시를 통해 탐구했던 자신의 단초의 변화를 또 한번 기록했다.

올해 처음 합류한 장두루 작가는 전시에 ‘골포 두척산 황금털 돝’과 ‘그림기’를 포함한 작품들을 걸었다. 작품 ‘골포 두척산 황금털 돝’은 두척산 돌 틈에 황금 털을 가진 괴수 돼지를 최치원이 화살로 쏘아 죽여 그 시체가 마산 돝섬이 됐다는 설화에서 탄생했다. ‘그림기’는 마을마다 세워놓은 ‘농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장 작가에게 단초란 이야기로 보인다. 어느 삶에서도 빠지지 않는 설화건, 세시풍속이건, 개인의 경험이던 그곳에서 일궈진 이야기가 그에게 영감을 제공한다. 장 작가는 “그림으로 삶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 그림을 사람에게 중요한 요소로 만들어야 된다 생각해서 삶과 그림이 만나는 지점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지난 1일 성산아트홀 제1전시실에서 열린 ‘단초전’에서 조현수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어태희 기자/
지난 1일 성산아트홀 제1전시실에서 열린 ‘단초전’에서 조현수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어태희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참여한 조현수 작가는 닥종이에 동박을 붙이고 먹을 입힌 설치물 작품 ‘벚꽃과 잎사귀’를 전시했다. 다양한 색감, 자유롭게 뻗어낸 가지, 웅장하지만 포근한 자연물에서 조 작가는 자유와 안식을 찾아냈다. 지난해 단초전에서는 자신이 바라본 자연물을 어떤 재료와 소재로 담아낼 것인지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이었다면, 올해는 자연에서 느낀 경이로운 순간들을 담아낸 이미지를 어떤 공간성을 이용해 전달할 것인지를 주요한 작품의 단초로 삼았다. 햇빛에 비친 잎사귀와 꽃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듯 ‘벚꽃과 잎사귀’는 빛을 통해 양면에서 다른 면모를 관찰할 수 있다. 조 작가는 “자연을 관찰하는 것에서 많은 위안을 얻어낸다.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탐구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사림153은 ‘단초전’을 지역 청년 작가들의 시작과 성장을 기록할 수 있는 정기전으로 일궈낼 예정이다. 사림153의 대표인 장건율 작가는 “지역 청년 작가이면 누구든지 전시 참여를 가능하게 만들어 ‘단초전’이 지역 청년 작가들의 중요한 정기전이 되길 바란다”며 “지역 청년 작가들의 시작과 변화, 성장을 기록할 수 있는 중요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어태희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