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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의 연금개혁 결실볼까…극적 타결 여부 불투명

여야 의견 좁혔지만, 돌파구 마련 못한채 국회 회기 종료 임박

합의하면 '26년만의 보험료율 인상+소득대체율 하향에 첫 브레이크'

보장성강화론 "서둘러야" vs 재정안정론 "22대국회서 새판 짜야"

기사입력 : 2024-05-26 10:16:41

21대 국회의 회기가 29일 만료를 앞둔 가운데 여야가 극적인 합의로 국민연금 개혁을 이뤄낼지, 다음 국회에서 원점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하게 될지 갈림길에 섰다.

여야는 그동안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안을 토대로 시민대표단의 숙의와 설문조사를 거친 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명목 소득대체율의 모수(숫자) 개혁안에 대해 이견을 좁혀왔다.

지금까지 나온 여야의 제안을 보면 어떤 안으로 하더라도 26년 만의 보험료율 인상과, 하향되기만 했던 소득대체율의 상향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다만 정부여당이 소극적인 데다, 재정안정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다음 국회에서 새롭게 논의를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국회가 회기 막판에 극적으로 연금개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보장하라!"(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024.5.22

◇ 보험료율 9→13% 인상 뜻 모았지만, 소득대체율 상향 수준 놓고 이견

26일 국회와 정부, 연금 관련 학회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여야 의원들은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뜻을 모았지만, 42%인 명목 소득대체율을 어떤 수준으로 상향할지를 놓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44%, 더불어민주당은 45%를 각각 제시하며 1%포인트 차이로 좁혀졌지만, 갑론을박을 계속하며 통일된 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율'은 월급(기준소득월액) 중 보험료로 지불하는 비율을 뜻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가입자와 회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9%로 오른 뒤 동결된 상태여서 13%로 인상되면 26년 만에 처음으로 9% 벽을 넘게 된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국민과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까닭에 그동안 높이지 못했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이다. 명목소득대체율이 상향 조정된다는 것은 노후에 받게 될 연금 수급액이 그만큼 높아져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성이 강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1988년 제도 도입 시에는 70%로 설계됐지만, 그동안 연금개혁을 통해 차츰 낮아져 현재는 2028년에 40%까지 단계적으로 떨어지게 돼 있는 상태다. 올해의 경우 42%다.

여야가 절충점을 찾아 연금개혁을 이룬다면 그동안 떨어지기만 했던 명목 소득대체율이 처음으로 올라간다는 의미가 있다.

국회 연금특위는 그동안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대표단의 숙의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개혁안을 모색해왔다. 현재 특위가 진행 중인 모수개혁 논의 역시 이런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특위는 2022년 10월 출범한 뒤 연금개혁 논의를 진행해왔다.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를 꾸린 다음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등 각 이해관계 집단의 대표성을 반영해 36명으로 의제숙의단을 구성해 2가지 연금개혁안을 도출해냈다.

이후 시민 500명이 참여하는 시민대표단이 토론과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대표단은 2가지 안 중 보장성강화론에 초점을 둔 '보험료율 13% 인상·소득대체율 50% 상향' 안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 '보장성강화론 vs 재정안정론'…정부 "더 토론해서 합의해야"

국회가 극적으로 개혁안을 도출해 입법까지 완수한다면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연금개혁에 성공하게 되지만, 만약 회기 안에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야는 모두 연금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은 인정하면서도 추진 속도에 대해서는 온도 차를 보인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가 임기 만료가 임박한 만큼 다음 국회에서 차분히 다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연금특위 주호영 위원장은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이라도 전체회의를 열어 회기 내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자며 연금개혁 합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5일에는 여당에서 제안했던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쫓기듯 타결짓지 말고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다른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가 여권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권의 소득 대체율 44% 제안에는 여러 조건이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나 학계 역시 보장성을 높일 것을 주장하는지,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지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연금개혁 방향을 놓고는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강화론'이 맞선다.

국회 특위에서 논의되는 개혁안이 보장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보장성강화론 진영에서는 이번 국회 임기 내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에 재정안정론 진영은 다음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입법을 완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등이 참여하는 연금연구회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혁안을 '개악안'이라고 비판하면서 21대 국회에서 졸속 논의하는 대신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논의하자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완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짧은 기간에 결론을 내기보다는 22대 국회에서 더 토론하고 논의해서 합의안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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