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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막말 판사- 김진호 사회부 차장

기사입력 : 2010-08-19 00:00:00

“법원이 이전보다 많은 부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막말을 하고, 지각하고, 설명보다는 화를 먼저 내는 판사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윤근(광양) 국회의원이 지난해 법원 차원의 법정 매너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한 말이다.

▼지난 2008년 12월 하순부터 2009년 6월 초순까지 서울고등법원과 지법, 일부 지방법원의 민·형사 법정을 대상으로 대학 사법감시단의 모니터 위원들이 법정모니터링을 한 결과에 따르면 판사의 문제점으로 졸고 있는 판사, 지각하는 판사, 진술·증언 가로막는 판사, 설명보다는 화 내거나 변호사를 권하는 판사, 기록하지 않는 판사 등을 꼽았다. 모니터 위원 9.8%는 법관이 아직도 반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 증인이 판사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자 “여기는 선생님이 없다”며 경고하기도 하고 꾸짖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4월 창원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앞으로 인생을 보다 충실하게 살아갈 것을 주문하면서 인생의 지혜를 담은 책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이 판사는 친구 3명과 함께 후배를 폭행한 20대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스스로 불량한 품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기를 돌아보라는 의미에서 현각 스님의 ‘부처를 쏴라’란 책을 손에 쥐어줬다. 또 인터넷 물품 사기를 친 20대 피고인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자신의 참모습을 되돌아보라는 의미에서 조지 쉬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란 책을 줬다.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의 민사소송에서 한 40대 판사가 장애인 딸을 대신해 법정에 나온 70대 노모에게 “딸 죽는 꼴 보고 싶나” 등 폭언을 했다. 한 판사는 또 법정에 출석한 박모씨에게 “너 이혼했는데 무슨 말을 해? 이혼한 사람은 말하지 마”라고 막말을 했다. 또 다른 판사는 재판 도중 69세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발언해 국가인권위로부터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받았다. 법복(法服) 입은 판사가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과 절연하지 못할 때 사법부의 신뢰는 무너진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친근한 법원이 되기 위한 법관들의 언어 서비스를 기대한다.

김진호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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