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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가족의 의미- 강지현(문화체육부장)

기사입력 : 2024-05-22 19:39:50

식구(食口)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식구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뜻하죠. 누군가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을 함께 먹는 광경을 떠올리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함께 밥 먹는 입, 한솥밥 먹는 사이를 ‘가족’이라고도 하죠. 가족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그런데 과연 남자와 여자의 결합, 혼인과 혈연으로 연결된 관계만이 가족일까요?

▼흔히 생각하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은 전체 가구의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경남 인구 셋 중 한 명이 1인 가구일 정도니까요. 동거나 사실혼 커플, 비혼모 등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정상가족’도 늘어나는 추세죠. 혼자 사는 사람이나 제도권 밖의 가족은 의료·주거·돌봄·장례·상속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에서 소외됩니다. 우리나라 제도는 혈연에 기반한 ‘정상가족’ 중심으로 돌아가거든요.

▼가족이 아닌 친구나 애인과 함께 사는 도내 비친족가구는 2022년 기준 2만5200가구가 넘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엔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가족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일명 ‘생활동반자법’이 국회에서 처음 발의되기도 했죠. 하지만 여전히 논의는 더딥니다. 프랑스는 ‘팍스’(PACS), 스웨덴은 ‘삼보’(Sambo)라는 제도로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관계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가족이 있어도 다들 사는 게 바빠 같이 밥 한번 먹기 힘든 요즘, 함께 살며 안부를 묻고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진짜 식구’ 아닐까요? 힘들 때 서로 기대고 아플 때 서로 돌봐주는 관계가 ‘진짜 가족’ 아닐까요?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이미 국민 10명 중 7명은 “혈연 또는 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했어요. 이 시대에 맞는 가족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가정의달 5월엔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기를요.

강지현(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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