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이동노동자 쉼터’ 한달 만에 문 닫을 위기

냉난방기·안마의자·탕비실 등 갖춰

대리운전 기사 등 이용자 높은 만족

운영비 모자라 ‘한밤 폐쇄’ 등 파행

기사입력 : 2017-04-18 22:00:00
창원시가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달 설치한 ‘이동노동자 쉼터(이하 쉼터)’가 개소 한 달여 만에 문 닫을 위기다.
 
시의 지원으로 설치가 됐지만 관리 인력과 비용이 없는 탓이다.
메인이미지
18일 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마련된 이동노동자 쉼터에 불이 꺼져 있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시설을 관리할 인력과 운영비 부족으로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까지 문을 닫는 파행 운영 중이다./성승건 기자/

◆설치 배경= 창원시는 이동노동자 근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안상수 시장의 사회적 약자 배려 정책 추진 방침에 따라 약 6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3월 8일 성산구 상남동 43-1 공용주차장 부지에 쉼터를 조성했다. 50㎡ 규모의 쉼터에는 냉·난방기, 휴대폰충전기, 컴퓨터를 비롯해 안마의자 2대, 발마사지기 5대, 혈압측정기 1대, 족욕기 2대, 탕비실 등을 갖췄다. 이후 민주노총 대리운전노조 경남지부가 창원시로부터 관리 위탁을 맡았다.

지난 13일과 18일 오후 8시께 기자가 방문한 쉼터에서는 10명 안팎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쉼터를 이용하는 기사들은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국(55·창원 명서동)씨는 “쉼터가 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고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어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용자 “대만족”…운영비 없어 존폐 기로= 이용객들의 높은 호응을 사고 있지만 쉼터는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설을 관리할 인력은커녕 이를 감당할 운영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쉼터는 대리운전노조 경남지부장을 비롯해 주요 간부 11명이 돌아가면서 생업과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당초 ‘일요일을 제외한 월~토 오후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던 쉼터는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까지는 문을 닫는 파행 운영 중이다.

이창우 대리운전노조 경남지부장은 “생업을 포기하면서 밤샘 근무를 하고 있다. 관리를 책임지는 노조 간부들은 수면 부족은 차치하더라도 밥값은 벌어야 해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까진 문 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조합원 60여명이 1만원씩 내는 회비로 조합사무실 임대료 35만원을 내고, 남는 돈으로 쉼터에 커피 등을 조달하고 있다.

◆시청 “개선책 고민”= 파행 운영은 예견된 문제였다. 강영희 창원시의원은 지난해 12월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동노동자 쉼터가 상근 인력이 없는 상태로 가설 건축물만 들어서 기능도 제대로 못하는 실효성 없는 사업이 될 우려가 높다”면서 “이미 시행 중인 서울시와 비교해 생색내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창원시는 지난 14일 쉼터를 방문해 실태를 조사했다. 경제기업사랑과 관계자는 “올해 추가 예산 지원은 어렵다”면서도 “3개월 정도 운영 실태를 판단해 개선책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기자·조규홍 수습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현미,조규홍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


  • -----test_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