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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국화축제 명칭 ‘가고파’ 부활… 시민단체 반발

시 축제위, 지역 정체성 담기 위해 올해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변경

노산 이은상 독재미화 논란 공방

“지역사회 공론화 없이 일방 결정”

기사입력 : 2024-06-27 20:43:38

마산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가을 축제인 ‘마산국화축제’ 명칭이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바뀔 예정인 가운데 창원지역 민주화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마산국화축제는 2000년 첫 축제를 열 당시에는 ‘마산국화축제’였으나 2002년부터 2년간 ‘마산국화박람회’로 바뀌었다가 2005년 전국 공모를 통해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명명했다.

이후 2010년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된 뒤에는 명칭에서 마산이 빠져 ‘가고파국화축제’로 변경됐다. 제13회 축제에서는 명칭이 ‘창원시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바뀌기도 했다. 그뒤 2019년에는 ‘가고파’를 빼고 ‘마산국화축제’로 명명해 지난해까지 이어져 왔다. 축제 명칭에서 ‘가고파’가 빠진 것은 문체부가 축제이름을 단순하게 할 것을 권고한 것이 반영됐다.

창원시 축제위원회는 지난 26일 올 가을 열릴 제24회 마산국화축제 주관단체 선정 및 축제 명칭 변경을 심의한 결과 창원시 대표 가을 축제인 마산국화축제의 추진을 위해 마산국화축제위원회(회장 변태안)를 주관단체로 선정했으며, 축제 명칭을 ‘마산국화축제’에서 지역 정체성을 축제에 담기 위해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환원을 의결했다.


마산국화축제 자료사진. /경남신문DB/

앞서 창원시의회 박선애(월영·문화·반월중앙·완월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열린 시의회 제129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14년이란 세월 동안 사용되어 왔던 ‘마산가고파국화축제’ 공식 명칭이 2019년 축제 때부터는 ‘가고파’가 삭제된 ‘마산국화축제’로 명칭이 변경되어 지난 5년간 개최되어 왔다”며 “이번 23회 국화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축제의 특성인 문화성, 관광성과 ‘가고파의 고향’으로 불리는 마산의 정서에도 부합되는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축제 명칭을 다시 환원시킬 것”을 건의했다.

박 의원은 최근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도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축제 명칭변경을 재차 건의하자 홍남표 시장은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었다.

국화축제 명칭에 ‘가고파’가 들어가자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가고파’는 마산 출신 문인 노산 이은상(1903~1982) 선생이 마산을 노래한 가곡이다. 이은상은 걸출한 문학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독재 미화 논란이 이어져 왔다.

옛 마산시는 당시 건립한 문학관의 명칭을 이은상의 아호인 ‘노산’을 따서 ‘노산문학관’으로 명명하려고 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로 ‘마산문학관’으로 바뀌었다. 또 마산역 광장에 ‘가고파’ 시비가 세워졌을 때도 반발을 불렀으며, 그 옆에는 그의 친독재 행적을 적은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축제 이름 변경에 대해 문순규 창원시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노산에 대해서는 갈등의 여지가 있고, 축제 명칭에 ‘가고파’를 넣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데도 갑자기 명칭이 결정되어 당황스럽다”며 “시의회에서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 만큼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없이 명칭을 바꿔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축제 명칭 변경과 관련한 절차는 축제위원회 심의·의결로 마무리됐다”며 “명칭 변경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다면 경청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창원지역 민주화단체들은 강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화단체 측은 이은상을 3·15의거를 폄하한 반민주인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기문 3·15의거기념사업회 국장은 “이은상은 3·15의거를 ‘지성을 잃은 데모’ 등이라 말하고 독재정권을 찬양했던 인물”이라며 “그동안 마산국화축제라는 명칭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굳이 갈등을 조장하는지 모르겠다. 뻔히 갈등이 있는 걸 알면서도 민주화 단체와의 논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의장은 “마산국화축제가 열리는 장소는 3·15해양누리공원이고, 민주주의전당이 있는 곳”이라며 “지난 20여년간의 논쟁 끝에 가고파와 노산, 이은상은 같은 인칭대명사가 됐다. 그런 가고파란 단어가 3·15와 마산과 붙어있을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호·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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