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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우즈벡 수출 쾌거… 고속철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2700억 규모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KTX-이음과 유사한 250㎞/h급

1216㎞ 구간에 7량 6편성

기사입력 : 2024-06-14 18:28:00

국산 고속철도차량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국산화 착수 30년 만에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대로템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민관 합동으로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철도청(UTY)이 발주한 2700억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철도차량은 국내의 KTX-이음(EMU-260)과 유사한 250㎞/h급 동력분산식 차량이다. 총 6편성이 공급되며 편성당 6량이 아닌 객차 한 칸이 추가된 7량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총 좌석은 389석이다.

현대로템이 제작하는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차량 조감도./현대로템/
현대로템이 제작하는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차량 조감도./현대로템/

이번 고속차량에는 우즈벡 철도 환경에 맞춰 표준궤(1435㎜)가 아닌 궤도 폭이 넓은 1520㎜ 광궤로 설계된다. 또 현지 전력 호환 동력장치도 탑재된다.

우즈벡의 역사 플랫폼 높이가 200㎜로 낮은 점을 고려해 차량 내 계단도 설치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사막 기후의 높은 고온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내고, 외부 먼지나 모래를 차단하는 방진 설계에 집중할 계획이다. 좌석 등급은 VIP, 비즈니스, 일반 등 3개로 나뉘고 식당 칸도 마련된다.

이번 고속차량은 우즈벡의 수도 타슈켄트~부하라(590㎞) 구간과 개통 예정인 부하라~히바(430㎞) 구간, 미스켄~누쿠스(196㎞) 구간 등 총 1216km에 달하는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지에도 이번에 최초로 도입되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인 만큼 기존에 운행되던 동력집중식 고속차량보다 높은 수송 효율과 개선된 가감속 능력, 승객 안전성 등으로 교통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고속차량의 첫 해외 진출이 성사된 데에는 정부의 수출 외교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은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벡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속철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에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한 바 있다.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번 사업 성사를 위해 우즈벡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으로 금융지원을 결정하면서 수출길을 열었다. 고속차량 기술을 보유한 해외 철도 선진국들이 국제 입찰에서 자국 기업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매국에 양허성 자금을 제안하는 관례를 고려한 조치다.

이번 수주는 향후 국산 고속차량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국내에만 국한됐던 고속차량 제작·운영 실적이 해외로 확장될 경우 추후 국제 입찰 시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향후 국내는 물론 우즈벡에서의 안정적인 납품과 유지보수 경험을 바탕으로 K-고속철의 높은 기술력과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민·관 합동으로 이뤄낸 고속차량 국산화 성과가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게 돼 자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최근 국내 KTX-청룡 개통에 이어 우즈벡에서도 국산 고속차량이 현지 시민들의 교통 편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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