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친환경 K팝 앨범' 컨설팅 나선 환경부…실효성은 '글쎄'

작년 음반 판매량 1억장 넘어…한해 수백t 플라스틱 소비

엔터사 매출 음반에 의존…규제 없이 감축될까 의문

기사입력 : 2024-06-16 10:28:25

환경부가 '친환경 음반' 제작을 유도하기 위해 컨설팅에 나선다.

사각지대에 방치해두던 영역에 개입을 시작한 것인데 규제가 동반되지 않아 실효성이 의심된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과대포장 규제를 소개하고, 규제의 기준인 포장공간비율과 포장 횟수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안내하는 컨설팅을 이달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한 음반 매장에서 시민이 실물 음반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한 음반 매장에서 시민이 실물 음반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포장공간비율'은 상자 등 용기에서 제품이 차지한 곳을 제외한 빈 곳의 비율로, 이 비율이 낮을수록 제품의 크기에 맞는 포장용기를 쓴다는 뜻이다.

음반은 과대포장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규제를 안내함으로써 제작사의 자발적인 동참을 끌어낸다는 것이 환경부 복안이다.

환경부는 제작사가 원하면 개별 컨설팅도 진행할 방침이다.

K팝 열풍에 한 해 1억장 넘는 실물 음반이 팔리지만, 과대포장이나 중복 구매를 유도하는 '사행성 마케팅'에 대한 당국 규제는 사실상 없다.

환경부는 작년 10월 국회에 "음반은 과대포장 규제 대상이 아니며 내부에서 관련 정책을 추진한 바 없다"고 보고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음반·음원 판매량 차트인 '써클차트'를 보면 작년(50주차까지) 상위 400위 안에 든 실물 음반 판매량은 1억1천517만2천여장으로, 재작년(약 7천711만8천장)보다 49% 증가했다. 특히 10년 전인 2013년(826만2천여장)에 견주면 약 14배로 늘었다.

지난해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음악 이용 수단·서비스로 실물 음반을 고른 응답자(중복응답 허용)가 전체(3천500명)의 12.1%에 그쳤는데, 음반 판매량은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은 추세가 다르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실물 음반 출하량(shipment)은 지난해 3천700만장으로, 2013년 1억7천220만장이나 2003년 7억3천600만장보다 많이 감소했다.

서울 한 음반 매장에서 시민이 실물 음반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한 음반 매장에서 시민이 실물 음반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음반을 만드는 데 자원이 얼마나 소모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대형 제작사에 부과되는 폐기물 분담금 통계로 가늠은 해볼 수 있는데 최신 통계가 있는 2022년 기준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15개 제작사만 해도 약 390t의 플라스틱(합성수지) 포장재를 출고(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음반 제작사 플라스틱 포장재 출고량은 2021년 587t(15개 제작사), 2020년 354t(14개 제작사) 등 매년 수백t에 달한다.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이벤트성으로 '친환경 음반'을 내놓는 등 이전보다 환경에 더 관심을 두고는 있지만, 팬들은 근본적으론 음반을 반복해서 사도록 만드는 마케팅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K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의 이다연 활동가는 "팬들이 음반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유는 팬심을 이용한 엔터테인먼트사의 상술에 있다"라면서 "팬 사인회 등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려면 음반을 다수 구매하도록 하거나, 음반 한 장 한 장에 다른 포토카드를 넣어 음반을 여러 장 사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무분별하게 음반을 생산하며 탄소를 배출하고 팬들에게 음반 폐기물 처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K팝이 세계가 향유하는 문화가 된 만큼 엔터테인먼트사도 단기수익을 좇기보다는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오래 K팝을 즐길 수 있게 책임감을 가지고 기후행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음반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마케팅을 중단하고, 음반 폐기물 발생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라고 엔터테인먼트사에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이다.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음반 판매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음반 제작량을 줄이라고 호소하기보다는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브 재무제표를 보면 하이브는 작년 매출액 중 45%, JYP엔터테인먼트는 46%가 음반과 음원에서 발생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분기 기준 음반과 음원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40%를 차지했다.

환경부는 음반에 과대포장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음반은 전 세계에 판매되는 상품이기에 국내 과대포장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