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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년농부다] “경쟁 아닌 함께 일하는 삶 좋아… 고향 지키는 대농 꿈꿉니다”

[나는 청년농부다] (4) 합천 삼가 양파·마늘 작목반 권재훈씨

기사입력 : 2024-06-25 20:54:54

농부 되려 농대 나왔지만
부모님 반대로 직장생활
결혼 후 자영업 뛰어들어
코로나19 겪고 귀농 결심

주위 도움 받아 농사 시작
새 농사법·방제 공부 열심
3년 만에 연 매출 2억 달성
“10년 후에도 농업 이어갈 것”


남자의 어린 시절 꿈은 농부였다. 20대 때 직장생활부터 자영업까지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던 그가 그 꿈을 이룬 건 마흔에 이르러서였다.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려워졌고,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생각이 오래된 꿈에 가 닿은 것이다. 2021년 봄, 남자는 합천군 삼가면 양파·마늘 작목반의 막내가 됐다. 이제 연 매출 2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는 3년 차 농부 권재훈(44)씨 이야기다. 그는 귀농 후 무엇보다 농촌의 ‘함께 일하는 삶’에 만족한다고 강조한다. “직장인도 농부도 열심히 하면 힘들다는 건 똑같은 것 같아요. 다만 직장인은 열심히 하면서도 늘 타인과 경쟁해야 하는데, 농촌에서는 다 같이 열심히 하자는 상생하는 관계에서 일하더라고요. 무엇보다 그게 참 좋았습니다.”

◇농부는 내 천직= 농부였던 부모님의 반대가 아니었다면 그는 농대를 졸업한 직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TV에서 본 외국의 기계농업 장면이 뇌리에 박혔던 소년은 ‘거대한 기계로 농사를 짓는 멋진 농부’를 꿈꿨었다. 대학에서도 농업을 전공했지만 그는 결국 농부를 업으로 삼진 못했다. 어머니 바람대로 남들처럼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한 이후 더 큰 성공을 바라며 자영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코로나19 쇼크’를 피해갈 수 없었고, 힘겨운 나날을 버티던 중 귀농을 생각하게 됐다. 당시 부산에 함께 살던 아내의 반대가 거셌지만 그의 진심 어린 설득에 결국 시한부로 승낙했다. 홀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부모님과 이웃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농사를 지었고 첫해 꽤 큰 수익을 냈다. 그해 양파와 마늘 가격이 평년에 비해 2배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노력한 만큼의 수익이 나자 아내도 그의 도전을 인정했다.

합천군 삼가면 양파밭에서 농부 권재훈(44)씨가 수확한 양파를 들고 웃고 있다.
합천군 삼가면 양파밭에서 농부 권재훈(44)씨가 수확한 양파를 들고 웃고 있다.

“운이 좋았어요. 고향인 데다 부모님이 계신 덕을 많이 봤죠. 또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뭔가 잘못하고 있으면 지나가시던 분들이 모두 나서서 가르쳐주셨어요. 저도 열심히 배우고 노력했고요. 지금은 아내한테 부산에 돌아갈까라고 물으면 열심히 하라고 해요.(웃음)”

어느덧 귀농 3년 차,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거칠어진 손가락은 이제 누가 봐도 천생 농부의 외형이다. 수확철이면 새벽 3~4시에 일어나 밭으로 나서고, 여름철 뙤약볕 아래 종일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밭작물 재배 특성상 무릎이나 허리에는 근육통을 달고 산다.

“농사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열심히 한 만큼 확실히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확실한 장점 같아요. 힘든 건 아이들이랑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건데, 농한기 때는 또 같이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도심에서처럼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돼서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마음 편하고 만족스러워요.”

◇양파·마늘은 돈줄= 권씨의 1년 스케줄은 양파·마늘 농사에 맞춰져 있다. 그가 일구는 밭은 총 6개로 1만5000㎡(약 4500평) 규모인데, 양파와 마늘을 절반씩 재배한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은 앞선 해 가을부터 시작된다. 10월 말과 11월 초 논을 갈아엎고 양파를 심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한다. 한겨울 동안에는 양파가 생육을 잘 시작할 수 있도록 일일이 비닐을 살펴보며 관리해준다. 2월 말부터 4월까지는 3차례가량 비료 작업을 하는데, 그 사이 밭에 자란 잡풀을 손으로 제거해준다. 5~6월은 수확철이다. 인부들과 함께 양파 줄기를 손으로 일일이 절단한 뒤 비닐을 걷어내고, 트랙터 굴치기 작업을 통해 양파를 캐내는 작업을 한다. 수확 후에는 또 내년 농사를 위해 땅의 방제작업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기에 그는 거의 매일 밭으로 출퇴근한다. 부모님이 함께 일을 거들어 주시고, 수확기에는 10여 명의 일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지난해 그는 20㎏ 1300망 분량의 양파와 20㎏ 1500망 분량의 마늘을 수확했다.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양파 1억원, 마늘 1억원 수준이다.

“농사하는 방법이 부모님 세대와 많이 달라졌거든요. 귀농 후에 농협과 합천군에서 하는 교육을 통해 새로운 농사법을 많이 배우면서 적용했습니다. 노력한 만큼 양파 상태가 좋아진 걸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양파는 제 자식이자 제 자식들을 키우는 돈줄이거든요. 애틋하고 고마운 존재죠.”

다만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의 변화는 그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다. “작년에 노균병 문제가 생기면서 애를 먹었거든요. 그 덕분에 올해는 미리 방제작업을 열심히 해서 노균병 유행에도 피해갈 수 있었죠. 농사가 성공하는 데는 모종이 절반의 영향을 미치고, 날씨가 20~30%, 그 나머지가 노력인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농부는 하늘의 눈치를 잘 봐야해요.”

합천 삼가면 양파밭에서 농부 권재훈(44)씨가 수확한 양파를 들고 웃고 있다.
합천 삼가면 양파밭에서 농부 권재훈(44)씨가 수확한 양파를 들고 웃고 있다.

◇고향 지키는 대농을 꿈꾸다= 농부의 아들이자 작목반 막내인 권씨는 고향에 돌아온 뒤로 부쩍 마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고령화된 마을에서 농업을 이어가고 싶어서다.

“5년 정도만 지나면 어르신들이 일을 하시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사실 고임금의 인부들이 없으면 제때 수확이 힘들거든요. 10년 뒤에는 제가 마을의 논 5만평(약 16만㎡) 정도를 사들여서 농사를 짓고 싶어요. 물론 혼자서는 힘들 수도 있어서 동업자를 구하긴 해야겠지만, 스마트화와 기계화로 고향의 땅을 일구는 대농이 되는 게 10년 뒤 제 목표입니다.”


합천군 귀농귀촌 지원 정책은

청년농업인 드론 국가자격 취득 돕고
3년차 이하 농업인 영농 정착 등 지원

합천군은 청년 농업인과 귀농인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청년농업인 사업은 농업용 드론 기술 활용 교육이다. 우선 청년농업인 농업용 드론 국가자격 취득 지원사업을 통해 국가자격증 수강료와 원서접수비를 지원하고, 드론 자격증(무인멀티콥터 1종)을 취득한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청년농업인 드론 구입비를 지원한다. 대상은 19세 이상 45세 미만 지역 청년농업인이다.

농업경영 3년차 이하의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도 시행한다. 독립경영 1년차에 월 110만원, 2년차에 월 100만원, 3년차에 월 90만원의 청년농업희망카드를 지급한다.

이와 함께 40세 이상 50세 미만인 독립경영예정자 및 독립경영 5년 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청년농업인 직불제 지원사업을 통해 월 100만원의 농가 경영비 등을 지원한다.

차세대 농업인 성공모델 육성사업을 통해 6차 사업 스마트팜 등 다양한 영농분야에서 청년농업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신기술을 영농현장에 시범 적용하는 사업도 펼친다. 더불어 청년농업인 영농리더 육성지원 사업을 통해 브랜드와 포장디자인,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 밖에 청년농업인 영농리더 육성지원 사업을 통해 농산물 가공과 유통·체험·관광에 필요한 시설, 장비를 지원하고, 영농 4-H 시범영농지원사업을 통해 영농작목과 관련되 저온저장고, 버섯재배사, 가축사육사 설치 및 개보수를 지원한다.

김배성 합천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합천에서는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청년농업인들이 우리 지역에서 꿈을 이루고 초기정착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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