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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민원, 축사 악취 (1) 민원 실태

“창문 열기 무섭다” 도내 하루 2~3건꼴 민원

김해·밀양 등 지난해 민원 801건

올해만 7월 말까지 357건 발생

기사입력 : 2017-10-1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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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주촌면 원지리에 있는 돼지 사육농장. 주민들은 농장에서 발생하는 분뇨 악취 탓에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축사로 인한 악취 민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축사 인근 주민들은 악취 고통을 호소하며 민원을 넣고 급기야 항의집회까지 열지만 뾰족한 해결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에게 축사는 공존할 수 없는 대상이다. 악취의 특성상 거리제한으로만 민원해결이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없는 걸까. 본지는 악취 민원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해봤다.

11일 취재진이 찾은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대리마을에는 마을 초입부터 돼지 사육농장에서 풍기는 악취로 가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약 30여 년 전부터 외지인들이 들어와 하나둘씩 농장을 운영했고, 현재는 5개의 농장이 운영 중이다. 마을 주민들은 주택과 수백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돼지 농장 때문에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A(68)씨는 “돼지 분뇨 냄새 때문에 집 밖을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고, 여름이면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난다”며 “주민 일부는 악취 탓에 마을을 떠났다”고 말했다. 김해시에 수차례 민원을 넣어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이 마을 주민들의 입장이다.

김해시 장유동 약 2만㎡ 규모 부지에서 60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에서도 분뇨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이 농장은 율하동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인 지난 2001년부터 운영됐지만,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수년간 계속됐다. 시는 민원이 빗발치자 돼지 농장을 이전하고 9만8630㎡ 규모의 ‘장유 배후 주거복합단지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밀양시 삼랑진읍 미전리 주민들은 마을 인근에 새로 축사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발끈하고 나섰다. 주민 B씨는 최근 마을의 축사 주변에 공사차량이 들락날락거리는 것을 보고 시청에 문의한 결과, 축사 신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전리 798은 지난 9월 축사 2곳에 대한 허가가 났다. 면적은 1890㎡에 사육 규모는 소 수백 마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곳 반경 약 200미터 안에 이미 축사 2곳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축 축사까지 더해지면 반경 200미터 안으로 축사는 4곳이 몰리게 된다.

B씨는 “기존 축사들에서 악취와 축산 오폐수 문제로 민원이 있었다”며 “축사가 더 늘면 향후 악취 문제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2015년에도 주민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축사가 지어졌고 당시 밀양시 공무원들이 더 이상 축사 허가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B씨를 비롯해 주민 수십여명은 13일 밀양시청 앞에서 축사 신축 허가를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밀양시는 축사 신축 허가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축 허가가 난 곳은 주택지와 350m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가축 사육 거리제한에 소의 경우 350m 이내에 신규 축사 허가를 불허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조례 개정으로 거리제한 규정을 그나마 강화한 것이다”며 “2015년 당시 상황을 잘 알지 못하지만 공무원이 인허가 관련을 미리 결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난 8월 농어촌 테마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밀양시 부북면 퇴로리의 돼지 축사 악취로 인해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고, 함안군 함안면 주민들은 인근 양돈장 악취로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 발생한 축사 관련 악취 민원은 총 801건으로 매일 2~3건꼴로 발생했다. 올해에도 7월말까지 357건이 발생했다. 악취 민원은 끊이지 않는 ‘도돌이표 민원’인 셈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악취의 특성상 거리로만 제한하는 것은 민원 해결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무허가 축사들을 정비해 제도권에 넣고 축산농가들은 냄새 요인인 암모니아를 제거할 수 있는 악취 저감대책 등 축사시설을 현대화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훈·박기원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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