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지령 22000호 축시] 사람은 피어나라 사랑은 탄생하라

기사입력 : 2018-08-20 07:00:00


무엇인가, 아직도 무능한 우상들과 간교한 무리들은

가라 무량한 허기뿐이었음을 울고 가라



아직도 사람이 아프고 사랑이 적막하여

어둠 풀어 먹(墨)을 가는 활자들이 있었으니, 묵묵히 고개 숙여

제 수염 뜯어 붓을 적시는 정신들이 있었으니, 다시

피어나라 사람은, 다시 탄생하라

사랑은, 다시 오라



지령 2만2천호! 보시라 다시 피어난 사람들아

다시 탄생한 사랑들아 여기로 오시라

천둥인들 어쩌랴 벼락인들 어쩌랴 1946년 3월 1일

정의롭게 키워낸 활자들이 있었으니, 그 활자들이 길러낸

목소리가 있었으니, 얼마나 아팠더냐

얼마나 울었더냐



해와 달을 적셔 여기까지

도포 자락 대신 그림자 휘저어 여기까지

어미를 찾는 새끼고라니처럼, 하늘과 땅을 믿는 사람들아

돋보기 걸치고 까막눈을 밝혀도 눈물겨운 사람들아

성긴 눈발 같은 사랑들아, 둥둥



누군가는 한쪽 눈 찔러 빛을 뿌렸으니, 누군가는 한쪽 귀 잘라

소리를 불렀으니, 그 빛과 소리로 굽이굽이 얼마나 많은

세상을 휘돌아 여기까지 닿았으니



하늘의 경의를 받으시라 땅의 축복을 받으시라



여기, 이 땅의 정의가 살아 저 하늘의 믿음이 살아

보시라 지령 2만2천호 경남신문! 이 나라 이 강산을 움직인

활자들을 따라 사람은 피어나라 다시

사랑은 탄생하라*

*이원, 시 제목에서 차용.

메인이미지


▲김륭 시인

작가 약력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 출간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등 출간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지리산문학상 수상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