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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5번 경찰신고했으나 조치 없었다

[진주 ‘묻지마 방화·살인’] 경찰 ‘미온 대처’ 논란

현관에 오물 뿌리는 등 위협 계속

유족 “CCTV 달고 신변보호 요청

기사입력 : 2019-04-17 22:00:00


“몇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 갔을 때도 A씨가 쫓아와서 처제가 장모님과 함께 파출소로 도망을 가기도 했어요. 경찰이 증거자료가 있어야 된다고 해서 CCTV까지 직접 달았고,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도 했지만 안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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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성승건 기자/

18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가좌동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한 피해자 유가족이 A씨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대응으로 이 같은 참변이 빚어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미온적 조치가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에서 최근 1년 동안 A씨와 관련된 총 5건의 신고가 112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찰은 이를 이웃 간의 경미한 시비로 판단해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후 2시 30분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피해자 B(19)양의 형부 C씨는 “그동안 A씨가 5~6차례에 걸쳐 출입문과 창문에 인분과 간장, 식초를 섞은 오물을 뿌리기도 했고, 그렇게 했을 때 경찰이 증거자료가 있어야 된다고 해서 CCTV까지 직접 달아놨다”고 설명했다.

B양 가족들은 A씨 바로 위층에 살고 있었으며, 평소 층간소음 등으로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던 B양은 이날 A씨의 흉기에 숨졌고, B양의 친척(54)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친척은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B양을 데려와 친딸과 마찬가지로 양육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장모님과 처제 2명만 사는 집이라서 혼자 있을 때 절대 문 열어주지 말라고 했다. 지난 3월 12일에는 처제가 그 사람(A씨)이 쫓아오는 것 같아 급히 집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CCTV 영상을 확인하니 그 사람이 쫓아와서 문을 쾅쾅 두드렸고 인기척이 없자 복도 끝에서 한참을 지켜본 후 사라졌다가 저녁에 집 앞에 오물을 투척해서 경찰에 신고했다”며 “아내가 (장모님과 처제를 위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도 했었는데, 경찰에서 강력하게 조치를 해줬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지난달 12일 A씨는 B양의 집 앞에 간장과 식초 등 오물을 뿌린 혐의(재물손괴)로 지난 11일 검찰에 송치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평소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주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 권경식(72)씨는 “A씨가 종종 창문을 열고 고함을 쳐서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고, 실제로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여러 건 있긴 했지만 이웃 간의 경미한 시비였기 때문에 병력을 조회하는 등 별도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고운·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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