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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개평마을

기사입력 : 2024-01-12 09:07:45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우리나라 각처에 산재한 이름난 고택들은 배산임수(背山臨水·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둠)라는 좋은 지형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만일 좌청룡(좌측산), 우백호(우측산), 안산(앞산), 조산(안산 뒤쪽의 산)이 받쳐준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마을 뒤쪽 산을 주산(主山·뒷산)이라 하는데, 주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의 연장선상에 집이 있으면 최소한 수맥파나 지기(地氣·땅기운)를 손상시키는 공극(孔隙·비어있는 틈)이나 흉석(凶石·모난 돌)에 의한 피해는 입지 않는다. 만일 양쪽으로 하천이 흘러가는 사이에 마을이 존재한다면 생기로운 땅기운으로 인해 큰 인물이 탄생하거나 복된 마을이 된다. 이를 ‘형지기축화생만물위상지야(形止氣蓄化生萬物爲上地也·형이 그치면 생기가 쌓여서 만물을 생하는 곳이니 상지이다)’라 한다. 함양군의 개평마을이 이러한 곳으로 마을 양쪽에 지곡천과 평촌천이 흐르다가 평촌천이 지곡천에 합류하여 한 물이 됨으로써 지기를 강화시켜 인걸이 난 곳이다. 개평이라는 이름은 내와 마을이 낄 ‘개(介)’ 자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다.

함양군 지곡면에 자리한 개평마을은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과 함께 성리학을 대표하는 동방오현 가운데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향이다. 개평마을은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이 다른 곳보다 많은 편으로 일두고택을 비롯해 오담고택, 풍천노씨 대종가, 하동정씨 고가, 노참판댁 고가 등이 있다. 일두고택은 사랑채와 누마루에서 생기가 치솟고, 하동정씨 고가는 대청마루에서 생기가 솟으며, 풍천노씨 대종가는 사랑채와 안채에 딸린 곳간(지금은 주택으로 개조해 후손이 거주하고 있음)에서 힘찬 기운이 솟는다. 풍천노씨 후손인 농초 노장섭 선생과 92세 노모가 곳간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주택에서 머물고 있다. 안채보다 기운이 좋은 곳에 살아서인지 노모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허리가 꼿꼿하며 몸매가 흐트러짐이 없다. 농초 선생 또한 창원에서 작품 활동의 어려움을 겪다가 이곳 대종가로 정착한 후 서예가로서 탄탄한 길을 걷고 있다. 풍천노씨 대종가의 집터로 크고 강력한 용맥의 산줄기가 뻗어 내렸다. 개평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마을 입구는 좁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조롱박 형상의 터이기에 생기를 항시 머금고 있는 복된 곳이다. 고택이든 현대식 주택이든 모든 건물은 주산의 지맥에 순행하도록 지어야만 땅기운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물을 바라다봐야 하는 것은 산줄기가 끝나는 데 물이 모이기 때문이며, 그 방향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게 되는 것으로 행복한 삶을 얻게 된다.

한편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장수의 나라에 속하지만 중요한 점은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한 삶을 얼마나 오래 누릴 수 있는가이다. 그러려면 친환경 주거단지의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단지 내의 도로가 대체로 아스팔트로 조성되어 있다. 아스팔트 포장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도시 열섬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친환경 주거단지로 가려면 투수성 재료로 포장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단지 내 인도와 주차공간만이라도 바닥 전체를 포장하는 대신 블록이나 벽돌을 틈을 두고 깔아서 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면 주민들의 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개평마을뿐만 아니라 문화재급 고택들은 집안에 나무와 꽃을 심고 연못을 두어 자연 속에 건물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인공적으로 자연을 꾸며놓아도 식물이 있는 곳에서 생활하면 스트레스를 현저히 줄일 수 있으며 녹화를 통해 소음을 줄이고, 공기를 정화시키는 효과도 얻게 된다. 최근 들어 아파트에도 곳곳에 나무를 심고, 갈대와 꽃이 함께 어우러진 연못을 조성해 미세먼지와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흙과 물과 수목을 토대로 풍부한 녹화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지상의 연못과 소규모 공원, 옥상 정원 등과 같은 거주지 비오톱(도심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생태서식공간)을 조성하면 건강하게 장수하는 최고의 비보(裨補·부족한 것을 채움)가 된다.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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