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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지리산에 찍어둔 명당 묘터

기사입력 : 2024-04-05 08:12:11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명산(名山)에 명혈(名穴) 없다는 말이 있다. 대체로 이름난 산은 높고 가파르다. 설악산, 지리산 등이 그러하다. 가파르고 험악한 산일수록 위압적이고, 웅장할 뿐만 아니라 정상에 섰을 때의 느낌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주산(뒷산)과 안산(앞산)뿐만 아니라 묘나 집 주변의 산 중에 문필봉(文筆峰·붓끝처럼 뾰족한 산)이나 노적봉(露積峯·노적가리를 쌓은 듯한 산)을 곧잘 볼 수 있다. 문필봉은 험산(險山)에 많고, 노적봉은 순탄한 산에 많다. 문필봉은 필봉이라고도 하는데, 오행(五行)으로는 목(木·학자), 노적봉은 금(金·재물)에 해당한다. 필봉이 많은 곳은 바위와 잔돌이 박혀 있어 농사로는 살기 어려워 학문을 닦게 되고, 볏짚을 쌓은 듯한 노적봉이 많은 곳은 흙살이 두툼하고 기름져서 농업으로 재물을 모을 수 있다. 필봉이 많은 곳은 세찬 바람으로 인해 흙이 날아가고 바위만 남아있어 사람 살기에는 좋지 않으나 수양이나 학문을 하기에는 좋으며, 노적봉이 많은 곳은 주거지로 적합하다.

요전에 70대 후반의 남성이 지리산 중턱에 자신이 죽으면 들어갈 묘터를 친분이 있는 지관과 몇 날 며칠을 찾다가 한 곳을 발견했는데, 명당인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으니 감정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라 매장은 불법이니까 할 수 없다고 하자 죽기 전에 마지막 소원이니 한 번만 봐달라고 통사정을 해서 현장을 가보았다. 가파른 곳에 돌을 둘러 표시한 신후지지(身後之地·본인이 살아있을 때 미리 잡아둔 묘터)를 감정한 결과 흉지 중의 흉지라서 절대 쓰면 안 된다고 하니까, “명당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억장이 무너지네요”라는 말에 필자도 마음이 씁쓸했다. 해당 묘터는 문필봉의 중턱에 있으며, 골바람이 세차게 불고 바위와 잔돌이 많은 곳이었다.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을 이용해 자리를 표시할 정도인데 어찌 땅속이 곱고 단단한 흙으로 된 명당이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경남 고성군 모처에 문중 비석을 세우기 위한 장소를 정할 목적으로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문중의 비석은 조상의 혼이 깃든 중요한 상징물이다. 후보지는 3곳으로 재실(齋室) 주변의 마당, 조상묘 2기가 있는 산기슭, 그리고 골분(骨粉·뼛가루)을 안치하고 가족묘로 조성한 산중턱이었다. 재실 마당은 무득무해(無得無害·보통의 기운을 품은 터)한 곳으로 비석을 두기에 무리가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대문과 일직선상에 있어 직접 치는 흉한 바람을 맞아 생기가 교란될 수 있으므로 중간에 내외담(가림벽 역할의 담장)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후보지는 조상묘 2기가 있는 묘역인데, 도로와 가까운 곳에 조성돼 있어 항시 도로살(차량에 의한 소음, 공해, 세찬 바람 등)을 맞는 곳이었다. 터의 기운은 보통이지만 거세게 치는 바람과 자동차의 매연으로 인해 비석을 보호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마땅한 장소가 아니라고 했다. 마지막 후보지는 산 중턱에 평장으로 가족묘를 조성한 묘역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올라가는 도중 힘찬 산줄기가 요동을 치면서 내려와 자리를 잡은 묘역이 있기에 예사롭지 않아 유심히 살펴봤다. 그 아래에는 소류지도 있어서 감정을 해보니 생기를 머금은 길지(吉地)에 해당했다. 근본을 갖춘 산줄기가 힘차게 내려오면서 자리를 잡았고, 소류지의 물이 지기(地氣·땅기운)가 새는 것을 막고 있었다. 이처럼 물이 지기가 빠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좋은 자리가 된 것을 ‘형지기축화생만물위상지야(形止氣蓄化生萬物爲上地也·형이 그치면 생기가 쌓여서 만물을 생하는 곳이니 길지이다)’라고 한다. 어쨌든 좋은 자리를 뒤로하고 마지막 후보지에 도착해서 산과 터의 형상을 살펴보고, 토질을 분석한 후 땅기운을 측정했다. 주산은 노적봉이긴 하나 하급에 해당하며, 좌청룡(좌측산)과 우백호(우측산)는 갖춰져 있지만 너무 멀리 있고, 안산 또한 너무 멀어 살기(殺氣)와 강풍으로부터 묘역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비석은 묘역 뒤쪽 중앙에 설치해야 전체적인 균형도 맞고, 위엄도 갖출 수 있는데 땅속의 상태가 나빠서 둘 수 없었다. 묘역 우측은 살기가 감돌았고, 좌측은 보통의 터이지만 접근성이 나쁜 곳이기에 재실 마당에 내외담을 조성하고 설치하기를 권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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