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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공원묘원 안치가 능사는 아니다

기사입력 : 2024-02-16 08:06:39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조상의 묘지를 길지(吉地·명당)에 두면 조상의 음덕으로 발복(發福)한다고 믿으니, 비록 타고난 운명이 불행해도 길지에 안장하면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4세기 때에 동진(東晋)의 곽박(郭璞)은 “지리의 이치를 깨달은 풍수사가 길지를 정해 묘를 쓰면 자연의 신령한 공덕(功德)을 취할 수 있어 하늘이 내린 운명까지도 더욱 복되게 바꿀 수 있다”라고 하여 풍수지리학은 숙명적인 운명학이 아니라 적극적인 운명개척학임을 주창했다. 그가 저술한 장경(葬經)에는 ‘장자승생기야(葬者乘生氣也)’라 하여 “사체를 길지에 매장하면 자연의 생기를 받게 되어 자손이 복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장(埋葬)은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요건에 맞는 땅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고, 막상 구해도 주변에 거주하는 이들의 민원 때문에 하세월을 보내기 일쑤다. 다행히 요건에 맞는 매장지를 구해도 산속을 한참 올라가는 인적이 드문 곳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공원묘원에 모셔도 잘 찾아가지 않는 요즘 세상에 산속 깊이 매장하면 누가 살뜰히 챙기겠는가. 그래서 접근성과 주차하기 편리한 공원묘원에 평장(平葬)이나 자연장(自然葬)으로 안치하게 된다. 사실 평장이나 자연장의 경우에는 법률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민원 관련 분쟁이 별로 없으므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땅을 구해 가족묘로 조성하는 것을 권장한다.

매장이든 화장(火葬)이든 길지에 안치하고자 하는 이유는 복도 갈망하지만, 수맥이 있거나 돌이 많거나 나무뿌리가 침범하는 곳 등에 모시게 되면 산 자의 마음 또한 편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당은 좋은 흙, 즉 ‘비석비토(非石非土·돌처럼 단단한 흙)’를 찾는 것이라 보면 틀림이 없다. 산과 물은 음과 양의 관계로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즉 산의 청아함과 물의 흘러감이 어우러져야 명당이 되며, 고인(故人)도 안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부친이 위독해서 합천군 묘산면 산제리에 위치한 매장지 두 곳을 의뢰받아 감정한 적이 있다. 한 곳은 종중 묘역인데, 증조부터 순차적으로 매장했기 때문에 순서대로 안치하면 되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은 종중 묘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부친이 건강할 때 매입한 땅인 신후지지(身後之地·살아 있을 때 미리 잡아 두는 묏자리)였다. 종중 묘역은 주산(主山·뒷산)인 오도산의 산줄기 하나가 상하기복과 좌우요동을 하면서 내려온 곳에 있었다. 하지만 산의 등줄기(산등성이)가 아닌 측면에 있어서 용맥(龍脈·산줄기)의 힘찬 정기를 고스란히 받지는 못한 까닭에 흉한 곳은 없지만, 생기가 옹골차게 뭉쳐진 곳도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런 땅을 무해지지(無害之地·해가 없는 보통의 땅)라 하는데, 매장을 하기에는 괜찮은 자리로 봐도 된다. 왜냐하면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이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근본, 즉 뿌리는 갖추었기 때문이다. 종중 묘역의 터를 ‘산유조길래(山有祖吉來·산이 근본을 갖추면 길함이 온다)’에 빗대어서 말한다. 게다가 토질이 상당히 좋아서 산등성이의 연장선상이라면 길지에 해당할 정도로 박환(剝換·바위에서 고운 흙으로 바뀜)이 잘 된 땅이었다. 박환이란 ‘바위에서 풍화작용을 거쳐 미세한 흙으로 바뀌는 것’을 말하는데, 풍수에서는 흉(凶)에서 길(吉)로 바뀌는 산의 형상 변화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산이든 흙이든 박환이 잘 돼야만 명당이 될 수 있다. 좌청룡(좌측산)은 송림이 대신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우백호(우측산)는 유정한 산이 받쳐주고 있다. 안산(앞산)이 약해 묘역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키 높은 나무를 식재하도록 일렀다.

부친이 매입한 신후지지의 위쪽에는 이미 묘가 들어서 있었지만 감정 결과 그곳은 지기(地氣·땅기운)가 중간 정도였다. 생기를 넉넉히 품은 터는 부친이 구한 땅으로 지기가 충만하고 사격(砂格·혈의 전후좌우에 있는 산)을 모두 갖춘 혈처(穴處·혈이 되는 자리)였다. 터의 좌우 측과 앞쪽에 물줄기가 있어 땅심을 북돋우며 주산은 근본을 갖췄고, 좌청룡·우백호가 알맞은 높이로 유정하게 있으며, 안산은 ‘一’자형으로 부귀를 상징하니 더할 나위 없다. 부모를 안치할 정도의 면적은 충분히 되기에 매장할 것을 적극 권유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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