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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쌀뒤주와 연못이 보물인 정구례 고택

기사입력 : 2024-01-26 08:07:00
주 재 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전라북도 김제시 장화동 후장마을에 만석꾼 집으로 알려진 정구례 고택이 있다. 벽골제 수리민속박물관에서 국도29호선을 타고 김제 방면으로 2㎞ 정도 가다가 왼쪽으로 주유소를 끼고 좌회전해 가다 보면 채 5분 못 가 후장마을을 만날 수 있다. 정구례 고택은 한때 구례군수를 지냈던 정준섭 선생이 살았다고 해서 ‘정구례집’으로 더 알려져 있다. 지금은 5대손인 79세의 정주철 씨가 10년 전에 낙향해 살고 있다. 그는 지기(地氣·땅기운)가 좋은 덕분에 살아갈수록 고장 났던 신체가 하나둘씩 회복되는 것을 체감한다고 한다. 고택의 지붕은 본래 모두 초가지붕을 올렸지만 생활의 편의상 기와지붕으로 바뀌었다. 초가지붕을 올린 연유는 풍수지리설을 따른 것으로 정구례 고택을 지은 사람의 꿈에 ‘집터가 돼지 터’라는 현몽을 꾸어 돼지우리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고택은 조선 후기에 건립된 전통 가옥으로 여염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두리기둥(원형기둥)에 ‘亞’자형 살문(가로 세로 살을 짜서 만든 문)을 하고 있다.

정구례 고택은 용맥(龍脈·산줄기) 선상에 있는 정기가 충만한 집이다. 고택을 품고 있는 후장마을은 입구 도로변과 집터 주변에 무덤이 꽤 있어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마을이기도 하다. 대체로 무덤이 산재한 곳은 땅의 상태가 좋은 곳이 많기 때문에 집터로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전원주택이나 변두리주택 부근에 무덤이 있으면 흉한 터가 아니라 적어도 보통 이상 되는 등급의 터로 봐도 괜찮다는 뜻이다. 고택의 좌청룡(좌측산)은 수림(樹林)이 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백호(우측산)와 안산(앞산)은 집들이 대신하고 있다. 땅의 흐름에 순행한 고택은 세월이 지나면서 대문과 사랑채, 현대식으로 개조한 안채, 그리고 장화리 쌀뒤주(전라북도 민속문화재)만 남아있다. 쌀뒤주는 조선 고종(1863~1907) 때 만든 것으로 과거 정씨 집안은 조상 대대에 걸쳐 만석꾼으로 알려진 큰 부자여서 매일 수백 명의 손님이 찾아왔기에, 많은 사람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집 안마당에 70가마의 쌀이 들어갈 정도의 쌀뒤주를 만들었다. 대문에서 바라보면 안채 앞에 있는 쌀뒤주가 안채를 보호하는 바람막이 역할을 하며, 사랑채를 때리는 매서운 바람은 500년 된 회화나무가 비보목(裨補木·나쁜 기운이나 바람을 막는 나무)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노거수(老巨樹)가 있는 터와 그 일대는 땅기운이 좋은 곳이다. 안채 앞에는 연못을 조성하고 사랑채로 가는 다리를 중간에 만들어 운치를 더했으며, 땅심도 돋우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쌀뒤주와 연못은 바람을 막고, 물을 가두어 생기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고, 지기를 강화시켰다. 이를 풍수에서는 ‘기승풍즉산계수즉지(氣乘風則散界水則止·생기는 바람을 맞으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정지한다)’에 비유한다.

감정 결과 안채 앞쪽에서 대략 1m 폭의 물길이 사랑채의 뒤쪽 아궁이가 있는 방향으로 뻗어 있어 주인에게 확인해보니 필자가 지적한 곳에 물이 나왔으며 항시 질퍽했는데, 보완을 하여 현재는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실상은 원래 없던 연못을 물길이 있는 곳에 만들어 물이 모이도록 했기 때문에 연못이 비보물(裨補物)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 고택에서 생기가 충만한 곳은 장독대와 안채, 사랑채, 쌀뒤주가 놓여있는 자리인데, 그중에서도 쌀뒤주가 있는 곳과 사랑채의 터에서 장한 기운이 치솟았다. 좋은 터에 사는 사람은 건강과 더불어 하는 일마다 복을 받게 된다. 정구례 고택이 그런 집이다. 고택에서 2분 정도 걸리는 지근거리에 독립운동가로 활약한 정화암 선생의 생가가 있다. 선생은 상해 방면에서 활동하는 광복군의 현지 책임자였으며, 일본을 상대로 무력투쟁과 정보활동에 크게 공헌했다. 2013년 현충시설로 지정된 선생의 생가는 집 뒤의 노거수와 대나무가 땅의 성정이 뛰어남을 시사한다. 정면에서 볼 때 좌측 툇마루가 있는 곳과 방에서 생기가 솟아올랐다. 전체적으로 볼 때 어느 한 곳도 흉한 기운이 없으며, 마당에 들어서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생기가 넘치는 집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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