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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총선과 부동산 - 정상철 (창신대 부동산경영대학원장)

기사입력 : 2024-03-10 20:43:14

셰익스피어는 인간 만사에 남다른 통찰력을 보였다. 그의 희곡 ‘페리클레스’에 나오는 어부들의 대화가 이렇다. “어르신네, 물고기는 바다에서 어떻게 살까요?” “그야 물에서 인간들 살듯이 살지, 큰놈이 작은놈을 잡아먹고 말이야.”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세상은 놀랍게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서민들이 먹이사슬로 희생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서울과 지방의 경제적 차이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지방의 심리적 박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토의 균형발전이 문제다. 총선에 나갈 사람은 곱씹어 볼 문제다.

이제 선거 시즌이 돌아왔다. 4·10 총선을 앞두고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팽팽한 기 싸움이 시작됐고 후보자들은 죽을힘을 다해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 “못 믿겠다 갈아보자”란 분위기 속에 표심이 오락가락한다.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선거로 인해 돈이 풀리고, 개발 공약이 제시되면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과연 올해도 총선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사실 지난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은 부동산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개발 공약에 따라 국지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가격 동향에 예민하고 동네마다 숙원이 쌓인 상황에서 지역마다 개발 공약이 호재로 작용하면 곧바로 시장 전체가 술렁이게 된다.

여야는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지역의 구체적인 요소가 반영된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총선 출마 후보자들의 지역 공약이 나오고 있다. 어떤 후보는 과거 곶감 빼 먹듯이 다 빼먹은 선심성 정책을 재탕 삼탕 우려먹기도 한다. 하지만 함부로 개발 공약을 내놓아 감당치 못하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젠 유권자들의 수준이 웬만한 ‘꼼수’는 다 알고도 남을 정도로 높아졌다. 민심이 진정 바라는 것은 ‘집과 땅 가지고 장난치는 세력’이 아니다.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낼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 특히 인구소멸과 맞물려 있는 지방은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 선택되기를 원한다.

지역 부동산 시장은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는 주사 한 방이 필요하다. 지금 부동산 관련 업계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원은 수없이 많다. 건설업, 부동산업, 가구업, 이사업, 인테리어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수십만 명에 이른다. 결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야 지역경제도 산다. 지역 분권화가 시발점이 돼 지방이 수도권 못지않게 개발 역량을 갖추었을 때 지역문제는 해결된다.

문제는 실물경기다. 실물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경기도 덩달아 회복된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면 지역 부동산 시장 회복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지역민을 위한 경제정책에 아이디어를 내어야 한다. 규제는 풀고 거래는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인물, 여야가 합의 가능하고 정부의 추진 의지 등을 따져 실현할 수 있는 인물, 이런 인물에게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던지게 되어 있다.

결국 사람이나 부동산은 비슷하다. 부동산은 명품을 골라야 하고 사람은 진국을 만나야 행복하다. 이번 총선은 지역발전을 위해 충성할 진국을 뽑는 데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상철 (창신대 부동산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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