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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중소규모 사업장의 손에 잡히는 안전관리- 안원환(안전보건공단 경남지역본부장)

기사입력 : 2024-03-17 19:39:40

이천의 물류센터 화재사고 등으로 인해 발의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 27일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시행되었다. 중소규모 사업장은 전문인력 부족과 예산확보 어려움 등으로 산업현장의 안전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여러 경영자단체에서는 법의 확대 시행을 2년 유예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은 우리 사회의 안전보건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젠 기업경영에 있어 안전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소규모 사업장도 안전관리를 할 필요가 생겼고 해야만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안전사고는 곧 회사의 손실로 직결되고 기업의 존폐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지금은 중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도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만 하는 시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해서 안전보건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의무이행을 위한 관리상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체계 구축의 7가지 핵심요소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여 단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업무부담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험성 평가의 실행이다. 사업장 여건에 맞게 노사가 협력하여 사업장의 위험을 찾아내고 감소대책을 마련, 종사자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우리 회사에서는 위험성 평가시스템(kras.kohsa.or.kr)을 전산으로 구축하여 모든 사업장에 개방하고 있다. 또한, 위험성 평가 실행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직접 방문해서 해당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맞춤식 위험성 평가 컨설팅과 인정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둘째, 관리감독자에 대한 업무수행 지원시스템 구축이다. 산업현장 안전보건관리체제 분야의 핵심 인물인 관리감독자에게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반기 1회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 결과의 효과적인 피드백을 통해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사업이나 업무를 도급·용역·위탁할 때 능력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다. 안전보건 활동, 재해 발생 수준 등 안전보건 수준 평가 기준을 만들어 적격 수급업체를 선정함으로써 사업장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넷째, 회사의 안전보건 방침과 목표를 설정·공유하는 것이다. 사업주의 의지가 담긴 안전보건 방침과 목표를 신년사나 각종 교육을 통해 선포하고 전 직원이 공유해야 P-D-C-A(계획-실행-점검-개선) 사이클에 맞춰 안전관리가 시스템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장의 규모와 실정에 맞게 안전보건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은 위험성 평가를 실행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안원환(안전보건공단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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