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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서른두 살의 너에게- 김윤정(K-water 경남서부권지사 경영차장)

기사입력 : 2024-03-21 19:34:13

오늘은 너의 날이다. 여기저기서 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네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우리가 너의 생각을 얼마나 하는지, 너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렇다. 너는 엄마 뱃속, 태초부터 우리와 함께였다. 우리의 몸을 보호해 주며, 폐를 발달하게 해 주었다. 너는 우리의 첫 놀이터였다.

그리고 매일매일 너는 우리와 함께였다. 쨍쨍한 여름, 타는 듯한 목마름 아래 네가 없다면, 지친 하루 끝 고단한 몸을 씻을 수 없다면, 네가 없다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었을까.

조금 더 오래된 눈으로 보자면, 네 덕분에 우리는 떠돌이 생활을 멈추었다. 네가 있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그제야 우리는 한곳에 정착하면서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다. 나일강에서,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에서, 인더스강, 황하에서….

그뿐일까. 네 덕분에 육로보다 더 빨리 물건을 운반할 수 있게 되고, 도시와 도시, 나라와 나라의 만남이 활발해졌다. 네가 있어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 교류를 가져온 것도 빠트릴 수 없다. 너는 증기기관의 동력이자 대량생산, 산업혁명의 주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현대문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아는지.(그러기 위해서는 너를 미생물, 무기질, 유기질 없이 완전히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

아 참, 그리고 여름과 겨울 너와 대기의 온도차를 이용해서 친환경 수열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했단다. 수력, 조력발전을 넘어서 도심 한가운데서 혁신적으로 너를 탈바꿈하여 에너지를 얻는 탄소 중립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대에 따라 너의 역할은 변해 왔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항상 우리 곁에서 도움을 주어 왔다는 것. 너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받기만 하는 우리는 너의 소중함을 잊고 살다 오늘만 이렇게 요란하게 기억하는 게 너는 조금 서운하지는 않을지.

미안한 마음과 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응원하며 제32회 세계 물의 날 기념 물(水)에게 띄우는 작은 글.

김윤정(K-water 경남서부권지사 경영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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