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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중고마켓과 물 절약- 김윤정(K-water 경남서부권지사경영차장)

기사입력 : 2024-03-28 19:30:35

3월 매주 금요일 이 공간에 ‘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받아 이제껏 세 편의 글을 써 왔다.(우물과 텀블러-기후위기와 물의 중요성, 수돗물과 맛있는 차 한잔- 수돗물의 안전성, 서른두 살의 너에게- 32회 물의 날 기념 물의 역할과 가능성)

이제 마지막 편을 준비하면서 무엇에 관해 글을 쓸까 고민을 하다 ‘물’ 하면 떠오르는 가장 기본적인 ‘물 절약’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양치질할 때 컵 사용하기, 샤워시간 줄이기, 변기 안에 벽돌 넣기, 절수기 설치하기 등 물을 아껴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실질적인 ‘물’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물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원료-제조-유통-사용-폐기하는 사이클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물이 소비되는지에 대한 개념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다. 2002년 네덜란드의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가 처음 소개한 이 개념은 탄소발자국, 생태발자국 등과 함께 환경발자국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서 커피 한 잔(125㎖)의 물발자국은 132ℓ(13만2000㎖)다. 내가 마시는 커피 양의 약 1000배의 물을 사용해야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두를 만들기 위해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열매를 수확하여 원두를 볶고, 전 세계로 유통을 하는 등의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물이 드는 것이다.

쇠고기 1㎏의 물 발자국은 1만5415ℓ로,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쇠고기의 3분의 1수준의 물 발자국을 남긴다. 티셔츠 한 장 2500ℓ, 청바지 한 벌은 9000ℓ의 물 발자국이 든다.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옷 한 벌을 덜 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물을 아낄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제는 수도꼭지의 물만 잠그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의 이면에는 물 발자국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 발자국 수를 줄이고 지우기 위한 실천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벽이 없는 융복합의 시대라고들 한다. 중고마켓을 이용하는 것, 고기를 덜 먹는 것이 알고 보면 물 절약의 융복합인 것이다.

김윤정(K-water 경남서부권지사경영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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