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책꽂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등

기사입력 : 2024-04-24 08:08:01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나라면 분명 무너졌을 일이다. 열다섯 나이에 ‘머지않아 눈이 먼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면. ‘하늘을 수놓은 수백 송이의 불꽃이 궁금했다. 그러나 불꽃을 볼 수 없다 해서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불꽃은 더 찬란하고 빛나기 때문이었다’는 그는 시력이 살아있는 어떤 이보다 두 눈 부릅뜨고 세상의 찬란함을, 자신 안의 반짝임을 마주하고 있다. 조승리 저, 달, 1만6800원.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입양에 대한 선입견을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입양한 이엔 존경을, 입양된 이엔 동정을 던졌던 지난날.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생각은 틀렸다. 간절한 기다림으로 소중한 아이를 얻은 부모와 사랑으로 선택받은 아이 사이에 ‘불쌍’이라는 단어가 가당키나 한가. 하늘에서 별처럼 빛나는 아이가 떨어졌다. 전미화 글·조원희 그림, 문학과지성사, 1만7000원.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통영에서 태어나 지난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받고 2007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이명윤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어느 시인처럼 진심과 반성을 담은 시를 쓰고 싶었으나 아직도 감당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지만 그의 시 구절구절엔 속상함과 부끄러움이 묻었다. 그가 이렇게나 귀 기울이는 세상엔 무엇이 남았나. 이명윤 저, 걷는사람, 1만2000원.


△한국 현대시의 생태학= 인간과 자연, 그 사이의 조화를 끊임없이 담아냈던 지역의 대표 ‘생태시인’ 배한봉 시인이 한국 생태시의 기원을 짚었다. 그는 한국 생태시는 서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자생적으로 발아하였으며 1920~1930년대에 이미 뿌리내렸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기원은 김소월과 정지용에 이르기까지 소급해 확대된다. 배한봉 저, 국학자료원, 3만2000원


△창비시선 500 기념·특별시선집= 시의 언어에는 시인의 생물학적 시간을 넘어선 무언가 들어있어 한 권의 시집이 담아내는 건 시인 한 사람의 시간을 초과할 것이다. 창비시선이 출간된 지 50년. 500권의 시집이 나왔으니 그걸 이 땅의 역사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401~499 시집에서 시 한 편씩 엮어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을, 이들 시인이 즐겨 읽는 시편을 엮어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의 노래를’을 펴냈다. 각 1만1000원, 7000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