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자 발언대] 흘리지 못했던 눈물- 박준영(디지털미디어국)

기사입력 : 2024-04-29 19:35:45

42년 전인 1982년 4월 26일 의령군 궁류면에서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우 순경 사건’이라 불리는 궁류 총기 난사 사건은 경찰로 근무하던 우범곤 순경이 마을 주민에게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56명이 숨지고 37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사실은 사건 발생 당시 정권은 보도 통제로 철저하게 이 사건을 덮었고 이후 어디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리지 못하며 마을 주민들의 울분은 쌓여갔다.

안타까운 세월만 흘려 보내며 눈물을 삼켜야 했던 이들은 오래 시간이 지났음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 응어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26일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치러진 첫 위령제에서 이들은 참고 참아 왔던 눈물을 쏟았다.

특히 사건 당시 어머니를 잃었던 전도연씨가 ‘보고 싶은 우리 엄마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는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고향 궁류에 오는 것이 무서웠다. 엄마와의 추억이 많았던 이곳에 오게 되면 내가 무너질까 봐, 살아갈 힘이 없어질까 봐 너무 무서워서 와보지도 못했었다며 ”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세월이 많이 흘러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봐요라고 말하는 전 씨의 표정은 42년이 지났음에도 처참했던 당시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고향이 한순간 지옥으로 변했던 이들의 심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던 기억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쉬고, 보고 갈 수 있는 곳에 추모공원이 들어선 이제서야 떠나간, 남아있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네 받는 듯하다.

42년 동안 벚꽃 피는 4월이 슬픈 봄으로 자리 잡은 아픈 기억들이 이제는 기다려지는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

슬픔에는 분노도 녹아 있듯이,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존재이자 공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경찰에 의해 벌어진 범죄, 사건 당시 소극적인 수사 대응 태도로 유족들의 한을 샀던 경찰은 42년이 지나서도 추모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국가의 책임으로서 국비를 들여 이들의 넋을 위로한다고 하지만 과연 마음이 한순간에 녹을 수 있을까. ‘추모’, ‘위로’, ‘의지’를 담고 있는 위령탑처럼 다시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 없기를 바라며, 따사로운 빛이 가득한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라 본다.

박준영(디지털미디어국)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박준영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