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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올해만 11명… 그들은 영원히 퇴근하지 못했다

[노동절 기획]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 석 달

기사입력 : 2024-04-30 20:41:32

도내 산업현장서 매주 1명 숨져
전년 동기 대비 사망자 2배 증가

2022년 기소 40건에 실형 2건뿐
노동계 “실질적 처벌 어려워 한계”


거제의 한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60대 남성 A씨는 지난 27일 수리가 필요한 선박 엔진룸에서 시너로 기름을 세척하고 있었다. 오전 9시 10분께 원인을 모르는 폭발로 인해 불이 나 작업을 하던 A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결국 숨졌다. 사고가 난 업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고용노동부는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가 숨진 지난 28일은 ‘국제 산업재해 사망·부상 노동자 추모의 날이었다. 산업 현장의 재해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도내 산업현장에서는 A씨 사례 같은 중대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서 중대재해로 매주 1명 숨져=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경남도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경남지역 중대재해 사망자(1~3월)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3월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로 11명이 숨졌다. 이는 전년 동기(5명·6건) 대비 2배 늘어난 수치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도 매주 1명이 중대재해로 숨진 셈이다.

사망사고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은 ‘끼임’(3건·3명)과 ‘깔림’(3건·3명)이었다. ‘폭발’(2건·2명), ‘떨어짐·맞음·기타’(각 1건·1명)가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6건(6명)이 가장 많았고, 기타업종(3건·3명), 건설업·공공업(각 1건·1명) 순으로 사망사고가 많았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년 유예를 거쳐 지난 1월 27일부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업도 확대 적용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598명으로, 50인(억) 미만 사업장에서 절반 이상(59.1%·354명)이 숨졌다. 산재 사망자 절반 이상이 50인(억)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노동계에선 전면 시행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경남에서도 적용 대상 사업장이 기존 3385곳에서 4만9992곳으로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종사자 수 또한 46만 582명에서 101만 6520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경남도, 중대재해 대책 성공적 ‘자평’=지난 29일 경남도는 보도자료를 내고 도의 다양한 정책으로 중대재해 사망자 수가 줄고 있다고 자평했다. 도는 “사업주와 노동자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안전보건리더회의 개최, 도지사 서한문 전달을 비롯해 지난 2년간 민간 사업장을 대상으로 컨설팅, 교육, 캠페인, 점검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친 결과 지난해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중대재해 사망자 수가 9% 감소했다”고 했다. 실제로 도는 이 같은 정책을 올해도 펼칠 계획이다. 도 안전관리본부는 지난 2월 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안전관리 사례집 배포, 소규모 영업장 매뉴얼 지원, 안전교육, 컨설팅 등 종합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질적 처벌 이뤄지지 않은 탓”=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확대됐지만 사고는 되레 늘어난 것과 관련,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훈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갑자기 이렇게 늘어난 것은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경각심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 2022년 1월부터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건은 40건으로, 그중 1심 선고가 내려진 사건은 15건이다. 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김 국장은 “처음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했을 당시에는 사업주들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안전보건 관리 예방 대책도 세우고 예산도 투입했다”며 “그런데 실질적으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희석돼 예방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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