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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거제시장 시간끌기로 책임 회피”

건립추진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지역 국회의원에 합리적 중재 촉구

기사입력 : 2024-05-09 16:49:39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놓고 시민·사회단체와 거제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이하 건립추진위)는 지난 9일 거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종우 거제시장이 무대응과 시간끌기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건립추진위는 “박 시장은 주민 대표라고 할 수 없는 의견을 지역주민 전체 의견으로 확대 포장하고 편향적으로 운영된 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방패막이로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일준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잘못된 행정 결정으로 인한 지역 내 소모적인 갈등에 대해 지역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중재하라”고 촉구했다.

9일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가 거제시청 앞에서 노동자상 설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
9일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가 거제시청 앞에서 노동자상 설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

이날 기자회견에는 군함도 생존자인 구연철(93)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구씨는 일제강점기 때 먼저 갔던 아버지를 따라 ‘군함도’로 불리는 일본 하시마(端島)섬 탄광에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들어가 9~15살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해방을 맞아 귀국했다.

구씨는 “군함도에 강제동원됐던 조선인들은 그때 어리면 저보다 한두 살 많거나 또래도 있었다. 당시 조선인들은 제대로 밥도 먹지 못하면서 착취를 당했다”며 “조선 땅에서 조선 사람들이 그분들을 기리는 노동자상을 만들어 세우려고 하는데 왜 반대하느냐. 노동자상 건립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는데 거제는 건립조차 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건립추진위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거제시에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신청했으나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 심의에서 두 번 모두 불허됐다. 심의위는 주민 반대가 많고, 설치 예정지인 문화예술회관의 공간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건립추진위는 제작된 노동자상을 트럭에 실어 거제시청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 두고 있으며 지난달 22일부터 매일 집회를 열어오고 있다.

제작된 노동자상은 앙상한 신체에 오른손에 곡괭이를 들고 있으며, 왼손은 머리 위로 치켜든 모습이다.

군함도 생존자인 구연철 할아버지가 거제시청 주차장 트럭에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쳐다보고 있다./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
군함도 생존자인 구연철 할아버지가 거제시청 주차장 트럭에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쳐다보고 있다./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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