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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이견… 올해도 심의 법정기한 넘길 듯

25일 정부세종청사서 ‘5차 전원회의’

노동계 “최저임금 차별, 수용 못해”

경영계 “인건비 부담 낮춰 고용 유지”

기사입력 : 2024-06-24 20:58:09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비롯한 여러 쟁점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올해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종별 차등적용 놓고 여론전= 24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제5차 전원회의’는 25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논의할 계획이다.

노사는 지난 4차 전원회의까지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도 결정하지 못했다. 올해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심의 법정기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29일 심의를 요청한 뒤부터 90일이 되는 이달 27일이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4차 회의까지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5조 3항에 따라 택배기사 등 도급노동자에 최저임금 확대 적용도 요구했지만, 올해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5차 전원회의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차등적용이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며 반대하는 노동계와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경영계는 양측의 입장을 내세워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 업종별 차등적용 폐기, 노조법 2·3조 개정,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 업종별 차등적용 폐기, 노조법 2·3조 개정,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노동계 “최저임금마저 차별…받아들일 수 없어”=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경제위기의 책임도, 자영업자 어려움의 원인도 모두 최저임금에 뒤집어씌우던 자들이 이제는 최저임금마저 차별하자고 한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업종별 차등적용 폐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25일 창원시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문화제를 연다. 앞서 경남에는 지난 5일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경남본부 실천단’이 발족했다. 유경종 실천단장은 “노동계 측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인상액 측면에서 노동계 간의 입장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6차 때 노동계 안을 협의해서 제출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연 '2025년도 최저임금 소상공인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연 '2025년도 최저임금 소상공인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계 “일자리 감소 초래할 것…인건비 부담 낮춰야”= 반면 경영계는 일부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생산성이 낮은 편의점·커피숍·PC방 등의 업종에서 구분 적용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근로자에게 사회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인건비 부담을 낮춰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업종별 구분 적용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앞서 11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참여한 소상공인 1000명 중 878명은 최저임금이 업종별로 차등적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업종별 차등적용하는 방법으로는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업종에 적용’이 58.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에 우선 적용’이 30.5%로 뒤를 이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우리 최저임금이 지난 10년 동안 물가상승률의 4배 정도 높게 인상된 점과 시장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최저임금은 결국 일자리 감소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과 같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하고, 업종별 구분 적용도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노사 간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최저임금 고시 기한도 다가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일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노동생산성이나 사업주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려는‘ 차등적용 논의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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