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른 폭염에 농산물값 들썩… 여름철 수급불안 우려

시금치·당근 등 채소류 가격 급등

작년 비축 물량 소진에 배·사과값↑

정부, 7~8월 대비 대책 마련 나서

기사입력 : 2024-06-26 21:00:18

때 이른 폭염에 농산물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사과, 배에 이어 시금치, 당근 등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 현상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이달 1~24일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는 2.7일로 이미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인 0.6일의 4배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최근 점검 회의에서 폭염 등 일시적인 기온(1℃) 상승 시 사과 등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0.4~0.5p% 오르고, 그 영향은 6개월 동안 지속된다고 밝혔다. 또 폭염 등 기후 변화로 상승하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도 발표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5일 창원 지역의 시금치(100g) 소매가는 708원이었다. 이는 한 달 전(578원)보다 22.4% 상승한 가격이다. 같은 기간 적상추(100g)는 450원에서 809원으로 79.7% 치솟았다.

당근은 공급 감소로 인해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당근(1㎏)은 한 달 전(3355원)보다 57.3% 올라 5280원을 기록했다.

대표 과일들도 상승세를 보인다. 배(신고·10개)는 6만원으로 한 달 전(5만3300원)보다 12.5% 올랐다. 사과(후지·10개)는 한 달 전과 같은 3만4400원을 보였지만, 전국적인 오름세를 감안하면 가격이 뛸 가능성이 크다. 전국 평균가는 3만4185원으로 한 달 전보다 5.5% 인상됐다. 지난해 비축해 둔 물량이 소진되면서 사과·배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 무더위에 도내 대표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밀양에서 사과 농가를 운영하는 이리우씨는 “올해 4~5월 비도 많이 오고 기온도 떨어져 착과율이 50% 정도밖에 안 된다. 최근 이른 더워지기 시작해 탄저병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크다”며 “생산율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져 앞으로 사과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7~8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농산물 수급에 비상이 생기면서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배추 수급 불안에 대비해 봄배추 1만t을 비축하고 여름 배추 계약 재배 물량을 1만3000t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배추 예비묘 200만주를 준비하기로 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박준혁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