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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살기 좋은 창원, 얼마나 느끼고 계십니까 - 장동화 (플라즈마홀딩스 부사장)

기사입력 : 2021-04-28 21:36:21

얼마 전 충청도에 사는 지인이 창원에서 한 달 살이를 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다가 가까운 따뜻한 남쪽, ‘고향의 봄’이 절로 흥얼거려지는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에서 먼저 봄을 맞고 싶어서라고 했다. 지자체의 ‘한 달 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 선택한 결정이라 했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로망처럼 여겨지는 일이지만 쉽게 실행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그런 일을 과감히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 여겼고 그 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그를 보면서 아름다운 봄을 맞이하기 위해 최적화된 곳이 창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진해는 봄꽃 축제의 대명사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군항제가 열리는 곳으로, 해마다 38만 그루의 벚나무가 온 도시 곳곳마다 피어나고, 창원은 벚꽃뿐만 아니라 온 천주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에 취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산 또한 벚꽃이 곳곳에 피고, 특히 가포 일대에는 붉은 동백과 어우러진 하얀 벚꽃, 그리고 눈이 부시게 아름답게 반짝이는 바다를 함께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봄꽃뿐만 아니라 KTX 등의 교통편이 편리하고 도심이라 생활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또 고성, 통영, 밀양, 함안, 창녕 등 경남 일대를 쉽게 둘러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최적화된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낯선 이방인의 눈으로 본 창원은 어떠했을까. 다른 나라도 아닌 같은 나라에서 뭐 다를 게 있을까 했더니 평소 익숙함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외지인을 통해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그는 도심에서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장점을 우선으로 꼽았다. 도심에 공원이 많기도 하지만 가로수가 잘 조성되어 있어 걷고 싶은 길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걷고 싶은 길이 많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조용히 산책을 즐길 수 있고, 햇볕을 쬘 수 있으며 이따금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는 길, 흙 내음을 맡으며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길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큰 선물이었는데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것이다.

그 외에 꼽았던 것 가운데 하나가 도로에서 자동차 경적이 그다지 많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도시는 도로 정체가 많고 복잡하다 보니 하루에도 경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창원에서는 길을 걸을 때나 운전을 하고 지나갈 때 자동차 경적을 들었던 기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여유롭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순간 운전하면서 조금 기다리지 못하고 경적을 울렸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급해 하며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니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가까이 산과 바다, 강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안에 갈 수 있고 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봄철 불청객인 황사의 영향을 다른 지역보다는 덜 받아 맑은 하늘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편리한 대중교통과 깨끗한 거리 등을 꼽았는데 새삼스레 내가 사는 창원이 이런 곳이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창원은 수도권 대도시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기초자치단체다. 그래서 경기도 수원시·고양시·용인시와 함께 내년 1월이면 광역시급 행·재정적 권한을 가지는 ‘특례시’가 된다. 하지만 지방자치법이 특례시 기준을 인구 100만명으로 정했기 때문에 현재 창원시는 100만 인구 지키기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올해 1분기에도 1760명이 줄어 3월 말 기준으로 창원시 인구는 103만4천900여명이라고 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라고 하지 않는가. 행정은 행정대로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과 서비스 질을 높이고,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함께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도시 문화를 만들어낸다면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되지 않을까. 한 달 살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지인을 보면서 나는 인사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지만 그동안 못 보고 못 느꼈던 창원을 느끼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장동화 플라즈마홀딩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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