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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회화가 품은 통영 바다

이진숙 작가, 12월 19일까지 마산 워킹갤러리서 전시

기사입력 : 2021-11-28 00:17:53

“유화를 버리고 옻칠회화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갑니다. 유화의 뿌리가 서양이잖아요. 우리 전통인 옻칠회화의 명맥을 잇는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벅차오를 때가 많아요. 개인의 업적이 아닌 역사성을 이어간다는 건 의미 있는 작업이니까요.”

이진숙 옻칠회화 작가가 마산 워킹갤러리(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성로 118)서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진숙 작가는 2007년 통영옻칠미술관 옻칠아카데미 교육과정을 통해 처음 옻칠예술을 접했다. 옻칠아카데미는 통영옻칠미술관 김성수 관장이 옻칠회화 인재 양성을 위해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동방대학원대학교 옻칠조형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옻칠회화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옻칠예술을 꾸준히 연구하며, 독특한 옻칠 작품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최근 ‘제11회 경남박물관인대회’서 올해의 우수활동상을 받기도 했다.

이진숙 作
이진숙 作
이진숙 作
이진숙 作

김성수 관장은 “20여 년간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 덕분에,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색감이 따뜻하고 화사하다”고 평가했다.

작품 주제는 통영 바다. 칠하고 건조하고 사포로 밀어내고 다시 칠하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해야 하는 옻칠의 과정은 장인의 기술을 요구한다. 순두부와 자개를 혼합해 바위의 질감을 표현하거나 전복 껍질의 문양과 색으로 품어낸 윤슬은 실제 풍경을 마주하는 듯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뿜어내는 자개의 빛깔도 오색영롱하다.

이진숙 作
이진숙 作
이진숙 作
이진숙 作
이진숙 作
이진숙 作

김성수 관장은 “옻칠은 스스로 방충작용을 하기 때문에, 작품에 유리나 틀을 씌울 필요가 없다. 단, 햇빛을 받으면 발색되는 단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평가할 때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놓고 본다. 옻칠은 그렇게 해서 만들 수 없다. 옻칠 전통을 복원해 현대화시키는 게 목표다. 옻칠이 서양 예술을 덮는 시기가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통영옻칠미술관 김성수(왼쪽) 관장과 이진숙 작가가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통영옻칠미술관 김성수(왼쪽) 관장과 이진숙 작가가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옻칠의 물성을 익히고, 자신만의 색채를 회화에 접목하는 것이 옻칠회화 작가들의 숙명일 터.

워킹갤러리 신인애 관장은 “개인의 방식을 전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반면 전통을 지키고 이어나가겠다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경남 예술을 브랜드로 삼을만한 건 통영 옻칠밖에 없다. 이번 전시가 옻칠의 뿌리를 전승시켜나가는 계기가 됐음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9일까지.

글·사진=주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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