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함께 사는 세상- 소나기 캠페인 2022] (9) 34년간 후원 이어온 최기석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당연한 일상’ 누릴 수 있기를”

고향집서 어린이재단 다큐 보고 후원 결심

기사입력 : 2022-09-12 19:30:17

경남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경남지역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나눔 이야기(소·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소나기 캠페인의 아홉 번째 순서로 34년 동안 후원을 이어온 최기석(69)씨를 만났다.

젊은 날, 중동에서 건설현장을 뛰어다니며 일하다가 한국으로 넘어와 자신의 사업체를 몇십 년 운영하고 있는 최씨는 치열한 삶을 살았노라 말한다. 행복하자고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왔더니 당시 어렸던 자녀들을 한 번 업어준 기억이 없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계속 아이들에게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최씨의 나눔은 그렇게 30년이 넘는 시간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34년 동안 어린이재단에 후원을 이어온 창원의 최기석씨.
34년 동안 어린이재단에 후원을 이어온 창원의 최기석씨.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 누렸으면= 어느 명절, 고향인 거창에서 부모님과 TV를 보던 최씨가 돌연 수첩을 들었다. TV에서는 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다. 조부모 밑에 살면서 밥 한 끼 먹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의 모습이 최씨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씨는 집으로 돌아가 수첩에 적은 후원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막 사업을 시작해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나눔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이어온 누적금액은 이제 1600여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7명의 아이들이 최씨의 후원 아래 자립에 나섰다. 오랜 후원으로 최씨의 할 일은 다 한 셈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아무리 자립을 했어도 그 이후가 더 힘들 텐데…”하고 중얼거리는 그에게 어린이재단 직원이 넌지시 “이제는 만 24세까지 후원이 돼요”하고 언질을 준다. 올해부터는 바로 취업을 하지 않고 학업을 이어간다면 만 24세까지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씨는 “아, 그래요? 정말 잘됐다”며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짓는다.

최씨는 모든 아이들이 ‘당연한 일상’을 보내길 바란다. ‘당연한 일상’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서글픈 일이다. 그는 주말 어린 자녀가 부모와 함께 보내는 단란한 모습에 눈이 간다. 아이들의 행복하고 또 해맑은 미소가 또렷이 보인다.

“요즘은 우리 때와는 다르게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 데리고 많이 놀러가고 그러잖아요. 참 행복해보이고, 당연한 것들인데 이 당연한 일상을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한 아이라도 더 ‘당연한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돕고 싶은 거죠.”

◇나눔은 어느 날 마음에 날아오는 것= 최씨는 나눔이란 누군가 강제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한다. 파랑새처럼 마음에 날아들면 그것에서부터 나눔이 시작된다. 그가 고향집에서 재단의 다큐멘터리를 봤던 어느 명절처럼 말이다. 계기가 무엇이든 한번 날아들면 좀처럼 그 마음을 쫓아낼 수 없다.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은 이 기쁨을 알 겁니다. 정말 적은 돈이라도 나눔에 쓰인다면 그게 천만금의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그래서 뭘 받았냐면, 정말로 마음이요. 덕분에 내가 행복합니다.”

그는 현재 두 명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15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남자아이는 장래희망이 의사였는데 어느 날부터 축구를 좋아하게 돼서 이제는 축구선수가 꿈이다. 여자아이는 양육시설에 있는데 동생들을 챙기는 맏언니 역할을 한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동생을 잘 보살펴 칭찬이 자자하다. 동생을 좋아하는 그 아이의 꿈은 유치원 교사다.

그런 얘기를 나누는 최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가 받는 ‘마음’이 그에게 어떤 선물인지 알 것도 같다.

◇나눔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최씨는 나눔이 계속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운영하는 사업체를 아들한테 물려주면 나눔의 역할 또한 가업으로 물려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꾸준히 후원금도 늘려가고 싶다고도 한다. 그는 이미 2008년, 점심을 굶는 결손아동의 소식을 듣고 후원금을 대폭 늘린 바 있었다.

“한번 하면 계속 해야지, 못하게 된다면 너무 아쉽고 나 자신이 슬플 것 같죠. 그리고 꾸준히 나눔의 크기를 늘려가고 싶어요. 내가 그 아이들에게 받은 마음, 그 행복을 두 배로 더 갚아나가고 싶어요.”

글·사진=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어태희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