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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시간 싸움에서 지면 고(苦)뇌의 시간

내 머릿속 시한폭탄 ‘뇌졸중’ 시간이 생명

기사입력 : 2022-10-24 08:08:02

뇌졸중은 한국인 사망원인 4위이자 돌연사 주범이다. 202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44명으로 암(161.1명), 심장질환(61.5명), 폐렴(44.4명)에 이어 2년 연속 4위를 차지했다. 이어 연도별 뇌졸중 환자 현황을 살펴보면 인구 고령화,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등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돼 뇌의 혈류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가 손상되는 질병이다. 뇌졸중은 크게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으로 구분할 수 있다. 허혈성 뇌졸중에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잠깐 뇌혈관이 막혔다가 회복되는 일과성 허혈 발작이 있으며, 출혈성 뇌졸중에는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이 있다. 전체 뇌졸중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허혈성 뇌졸중은 대부분 혈전이라고 하는 응고된 핏덩이가 뇌혈관을 막아 발생한다. 혈전은 주로 2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첫 번째는 심방세동,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등 질환에 의해 혈류가 심장 안에서 불규칙적으로 흐를 때 혈전이 만들어진다. 이때 생긴 혈전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서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혈관에 지방이 가라앉아 들러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성을 잃는 동맥경화증이 있는 경우로, 혈관이 점점 좁아지다가 갑자기 혈전이 만들어져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뇌혈관 막히거나 파열·혈류공급 중단
편측마비·발음 장애·심한 두통 등
전조증상 있으면 즉시 진단 받고
약물 치료·시술·수술해야

고혈압·비만 등이 유발 요인
혈류 공급 중단 시간 길어질수록
회복 확률 점점 줄어들고 후유증 심해져
적절한 운동·식습관 개선·금연 등 예방이 중요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김승환 교수가 뇌졸중 시술을 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김승환 교수가 뇌졸중 시술을 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다음은 전체 뇌졸중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출혈성 뇌졸중이다. 뇌혈관이 터지면 해당 부위의 혈류 공급이 차단돼 피가 뇌 안에 고이면서 뇌 조직을 압박해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출혈성 뇌졸중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으로 인해 뇌혈관이 손상돼 터지는 고혈압성 뇌출혈이다. 두 번째는 거미막하출혈로 혈관 벽이 약해진 일부 뇌혈관이 풍선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갑자기 터지면서, 뇌를 감싸고 있던 거미막 밑 공간으로 피가 고이는 것을 말한다.

우리 몸의 뇌는 부위에 따라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구분돼 있고 각자 담당하는 기능이 달라, 어느 혈관에서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의 가장 흔한 전조 증상으로 몸의 한쪽 팔다리 또는 얼굴 부분에 근력 저하가 나타나는 편측마비, 발음 장애, 언어 장애, 심한 두통이 있다. 좌측 또는 우측의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반대쪽의 팔, 다리, 얼굴에 갑자기 마비가 발생할 수 있으며, 힘이 떨어져 움직일 수 없거나 감각 저하로 남의 살을 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입술이나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발음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말을 하고 이해하는 언어 능력은 주로 좌측 대뇌가 담당하는데, 좌측 뇌혈관이 막히면 원하는 말을 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실어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뇌동맥류가 터질 때 발생하는 두통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때리는 듯한 느낌으로, 심한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뇌졸중 진단은 손상된 뇌의 부위에 따른 특징적인 신경학적 증상을 평가하는 의사의 진찰이 중요하다. 따라서 반드시 뇌졸중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며, 추가로 CT, MRI 등 영상 검사를 통해 뇌혈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CT는 비교적 빠른 검사 진행과 뇌출혈 여부를 감별할 수 있으며, MRI는 허혈성 뇌졸중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뇌졸중의 치료는 뇌졸중 원인이 허혈성인지 출혈성인지에 따라 다른 치료 방법을 사용한다. 허혈성 뇌졸중 치료는 조기에 혈관 재개통을 통해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혈관 재개통 치료에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혈전용해제를 정맥 주사로 투여해 혈전을 녹이는 방법과 혈관 내 시술을 통해 혈전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런 혈관 재개통 치료는 허혈성 뇌졸중 초기에만 가능하며, 이후에는 뇌출혈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커 시행할 수 없으므로, 뇌졸중이 의심되면 빨리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 허혈성 뇌졸중의 치료에서 약물 치료 역시 중요한데, 약물 치료는 혈관 재개통 목적이 아닌 추가적인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데 필요하다.

출혈성 뇌졸중인 고혈압성 뇌출혈의 경우 출혈량이 적으면 약물 치료를 하고, 출혈량이 많아 뇌압 조절이 필요하면 수술적 치료를 한다. 뇌동맥류가 터져 발생한 거미막하출혈은 재출혈을 막기 위해 개두술(두개 절개를 통한 뇌 노출) 후 뇌동맥류를 클립으로 결찰하는 수술을 하거나 혈관 내 시술로 뇌동맥류를 코일이라는 금속으로 막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서 최대한 빨리 수술 또는 시술 받아야 한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아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표적인 뇌졸중 유발 요인에는 고혈압, 심장병(심방세동,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등),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이 있으며 이를 미리 조절하고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심장병, 고지혈증 등이 있는 경우 혈전이 쉽게 생길 수 있어, 예방적 차원의 약물 치료가 필요하며 평소 염분 및 기름진 음식 과다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흡연은 동맥경화증을 촉진해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하는 것이 좋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김승환 교수는 “뇌졸중은 응급 질환이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혈류 공급이 중단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복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후유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뇌졸중이 의심된다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한, 뇌졸중 예방을 위해 평소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 금연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병희 기자 kimbh@knnews.co.kr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김승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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