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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나면 담당 공무원에 불이익…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경남도 산불 대책에 공직사회 불만

“원래 기피 업무인데 더 심화될 것… 예방·확산 방지 방안 마련이 정상”

도 “대응 살피고 경각심 유도 차원… 공무원 개인 징계 아니다” 해명

기사입력 : 2023-03-13 20:34:45

속보= 합천과 하동 등 도내 곳곳에서 큰 산불이 잇따르면서 경남도가 앞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해당 시군에 예산과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발표하자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 산불 책임을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13일자 1면  ▲“대형산불 발생하는 시군에 예산·인사상 불이익 줄 것” )

경남도는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산불관리를 소홀하게 해 대형산불(100ha 이상·산불 3단계)이 난 시·군에 대해서는 예산과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발표내용에는 도는 산불 발생 횟수와 대형 산불 발생 횟수를 기준으로 특별조정교부금이나 도비 보조금 지원율 감소, 도 공모사업 평가 때 후순위 조정 등의 페널티가 포함돼 있다. 또한 대형산불 발생 시 해당 시군과 책임 공무원에 대한 조사와 인사 조치도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도내 공직사회에서는 산불 발생 책임을 공무원에게 전가한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도내 한 시 산불 담당자는 13일 “산불 업무 같은 경우 현재도 공직 사회에서 기피하는 업무로 대형 산불이 난다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면 더 기피할 것”이라며 “공무원이 잘 하거나 잘 못한다고 해서 산불이 나는 게 아닌데 참 아쉬운 결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징계한다는 공문을 받은 적은 없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크다. 산불 예방을 잘 해도 다른 곳에서 불이 번져 생길 수도 있는데 담당 공무원만 찍어서 인사 조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고, 한 군청 관계자는 “경남도에서 담당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준다고 결정한 것은 이해하지만, 실제 현장에 나가서 불을 끄는 시·군 공무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 12일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내 산불 발화지로 추정되는 곳에 목재 등이 시커멓게 타 있다./연합뉴스/
지난 12일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내 산불 발화지로 추정되는 곳에 목재 등이 시커멓게 타 있다./연합뉴스/

경남도 발표 이후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게시판 등 온라인상에도 “산불 나는 게 담당자 책임인가. 산불 예방 및 확산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상적인 과정 아닌가” 등 경남도 방침을 비판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논란이 일자 경남도는 일선 공무원들에게까지 인사조치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다. 강명효 경남도 산림관리과장은 “최근 도내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있어 예방 차원에서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이다”며 “공무원 개인에게 징계를 주려 하는 것은 아니다. 산불 담당자에게 인사조치를 하더라도 지휘책임자에게 책임이 있는지, 현장에서 대응을 맞게 했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경남에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일 합천군에서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230개 규모인 산림 163㏊를 태웠다. 지난 11일 오후 하동에서는 91㏊를 태우고 이를 진화하던 진화대원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13일까지 경남에서 132건 산불이 발생해 1262.18㏊를 태웠다. 지자체 별로는 △밀양시 8건 661.51㏊ △합천군 8건 432.26㏊ △하동군 7건 93.7㏊ △함양군 19건 25.93㏊ △창원시 11건 14.08㏊ △창녕군 10건 14㏊ △의령군 6건 6.41㏊ △김해시 5건 3.23㏊ △산청군 10건 2.12㏊ △양산시 9건 1.87㏊ △함안군 4건 1.85㏊ △진주시 8건 1.77㏊ △통영시 1건 1.03㏊ △거창군 5건 0.79㏊ △사천시 7건 0.54㏊ △거제시 6건 0.52㏊ △남해군 3건 0.3㏊ △고성군 5건 0.27㏊로 집계됐다. 합천과 하동에서 최근 발생한 산불로 인한 정확한 피해 면적은 현재 조사 중이다.

경남보다 앞서 경북과 전남도 산불 발생이 빈번한 시·군에 대해서 예산과 공모사업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경북은 산불이 잦은 일선 시·군에 예산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전남도 지난 2009년 산불 발생이 많은 시·군에 대해 산림예산·공모사업 페널티를 적용했었지만, 현재는 제도가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자체의 경우 담당 공무원을 인사 조치하겠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도 해명에 대해 강수동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은 13일 “논란이 생기니 오해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이고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최만림 행정부지사가 브리핑 때 산불 담당자에게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군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도 산불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주말에도 비상근무를 하는 등 고생을 하고 있다”며 “박완수 지사가 이런 공무원들에게 사기를 높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준혁 기자·김영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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