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도내 유기동물보호소 포화…‘사설보호소 양지화’ 해법 될까

보호소마다 적정 마릿수 초과

도내서 1년간 1만2503마리 유기

수용 가능한 유기동물 17%뿐

기사입력 : 2023-03-13 20:39:19

지난 10일 창원유기동물보호소.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개 짖는 소리가 보호소 1층 전체를 가득 채웠다. 가까이 다가가자 유기견들은 케이지(cage: 우리)를 앞발로 긁으며 더 크게 짖었다. 보호소 관계자는 “자기를 데리러 온 사람인 줄 알고 짖는 것”이라고 했다. 이 보호소는 소형 유기견과 대형 유기견을 분리된 공간에 관리하고 있는데, 소형 유기견 관리 공간에는 10여 마리씩 수용된 케이지 총 14개가 2열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경남도내 지자체는 직영과 민간위탁 형태로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보호소 대부분이 유기동물을 초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지자체 운영 시설 외에 사설 동물보호소는 숫자나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월부터 사설 동물보호소 신고제가 시행되면 적정 마릿수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 반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신고 자체를 기피하는 ‘음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0일 찾은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들이 케이지를 앞발로 긁으며 짖고 있다./김태형 수습기자/
지난 10일 찾은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들이 케이지를 앞발로 긁으며 짖고 있다./김태형 수습기자/

각 시군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군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는 창원 3곳을 포함해 총 20곳으로 2096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 이 중 9곳(792마리 수용 가능)은 각 시·군에서 운영비를 지원해 민간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설들이 매년 1만 마리 이상 버려지는 유기 동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유기 동물 통계를 제공하는 플랫폼 ‘포인핸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일까지 최근 1년간 경남에서만 1만2503마리가 유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도(2만1414마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그렇다 보니 도내 동물보호센터에서는 적정 마릿수보다 많게는 2배 가까이 초과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원유기동물보호소는 적정 마릿수(200마리)보다 130마리 초과한 330마리를 수용하고 있고, 마산유기동물보호소는 적정 마릿수(100마리)보다 80마리를 초과했고, 진해유기동물보호소는 적정 마릿수(220마리)보다 100마리 넘게 보호하고 있었다.

내달 27일부터 사설 동물보호소 신고제가 시행되면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사설 동물보호소가 정부의 관리 하에 더 많은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창원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사설 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도입으로 양성화될 경우 유기 동물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어, 지자체 운영 보호소에서도 적정 마릿수만큼 보호할 수 있고 관리도 잘 돼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신고제가 시행되면 사설보호소의 불법이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신고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사설보호소가 유기 동물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민간이 운영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땅을 임대하거나 시설을 임대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합법적인 요건을 갖추기 쉽지 않다. 신고제가 시행돼도 많은 사설보호소가 불법 상태로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해의 한 사설 동물보호소 관계자는 “가능하면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바뀐 법이 유기 동물을 지켜내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고 규제만 강화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경남도는 사설 동물보호시설 2개소 환경개선 지원을 위해 예산 4억8000만원을 확보해 모집에 나섰지만, 아직 지원자가 없다.

전문가들은 보호소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인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하고 보호소에서 보호하는 유기 동물들의 입양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유기 동물을 다 보호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현실에서 어려움이 많다 보니 안락사와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는데, 보호소를 늘리는 것보다는 있는 보호소 안에서 입양을 활성화하고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게 예방정책을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유기 동물 보호시설·분양시설 등을 두는 ‘반려동물 보호센터’와 교육장이 포함된 ‘반려동물 지원센터’ 건립을 통해 유기동물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어태희 기자·김태형 수습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어태희,김태형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