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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도 산불대책 “도움 안 돼” 한목소리

“예방 아닌 공무원 문책에 그칠 경우

산불업무 기피·문제 은폐 급급할 것

페널티 부과 제도 5공 때 이미 실패”

기사입력 : 2023-03-14 20:47:30

속보= 도내 곳곳에서 큰 산불이 잇따르면서 경남도가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해당 시군과 담당 공무원에 예산과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대책이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14일 3면  ▲“산불 나면 담당 공무원에 불이익…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

지난 11일 하동군 화개면 산불 현장 인근에서 진화 작업을 위해 소방 헬기가 물을 채우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1일 하동군 화개면 산불 현장 인근에서 진화 작업을 위해 소방 헬기가 물을 채우고 있다./연합뉴스/

경남도는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산불관리를 소홀하게 해 대형산불(100ha·산불 3단계)이 난 시·군에 대해서는 예산과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도는 산불 발생 횟수와 대형 산불 횟수를 기준으로 산불이 발생한 해당 시군에 특별조정교부금이나 도비 보조금 지원율 감소, 도 공모사업 평가 때 뒷순위 조정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대형 산불 발생 시 해당 시군과 책임 공무원에 대한 조사와 인사 조치를 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방침이 산불 예방이 아닌 단순 공무원 문책에만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도 방침이 시행되면 담당 공무원들이 산불업무를 기피해 산불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관련 부서는 기존에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크게 따르는 부서인데, 상급 기관에서 책임소재까지 따진다면 담당 공무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산불이 발생했을 때 무엇이 부족했는지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제도가 시행된다면 담당 공무원들이 문제를 발견한다고 해도 말을 꺼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남도에서 문책성 제도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좋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며 “산불 담당이 격무이니 이에 대한 지원대책이 마련된 이후 담당 공무원 과실 발생 시 문책을 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징계를 덮고자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 박사는 “경남도가 이전에 실패한 바 있는 정책을 왜 다시 들고 왔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최악의 제도는 제5공화국 때 시행한 산불 발생 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제도다”며 “이때 공무원들은 징계가 무서워서 문제를 감추기 급급했다. 이런 식으로 페널티를 부과하게 되면 이전처럼 또 문제를 덮으려 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경남도가 산불 발생과 관련 인사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발표 이후 도내 공직사회에서는 산불 발생 책임을 공무원에게 전가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준혁 기자, 김영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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