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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도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 시동

빗장 풀린 설악산 케이블카, 지리산도 풀릴까

지리산 케이블카 20년 전부터 추진

환경·경제성 논란에 무산 되풀이

기사입력 : 2023-04-05 21:42:51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리산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번번이 무산됐던 케이블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설악산 케이블카./아이클릭아트/
설악산 케이블카./아이클릭아트/

박 지사는 지난달 초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 들어와서 환경 규제보다는 이를 완화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입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지역의 숙원이었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시도지사회의에서 전남·전북도지사에게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제의했고, 동의했다”며 “경남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관련, 과거 자료 등을 분석해 중앙정부에 다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건의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앞서 2월 23일 함양군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도 지리산케이블카 재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함양·산청군수와 만나 노선 방향 등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립공원·천연보호구역·백두대간보호지역·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5중 보호를 받는 설악산의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40여년간의 찬반 논란 끝에 최근 조건부 승인으로 본궤도에 오르면서 지리산도 빗장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최근 “설악산 외 지자체별 케이블카 사업은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미 불붙은 다른 지자체들의 추진 의지를 꺾을 만큼 단호한 방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월 2일 함양군에서 열린 함양군민들과의 대화에서 지리산케이블카 재추진에 대해 언급했다./경남신문DB/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월 2일 함양군에서 열린 함양군민들과의 대화에서 지리산케이블카 재추진에 대해 언급했다./경남신문DB/

◇20여 년 전부터 추진된 ‘지리산 케이블카’=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20여 년 전부터 추진됐다. 지난 2007년 5월 ‘산청군 범군민 지리산케이블카 설치추진위원회’가 발대식을 가졌고, 추진위는 케이블카 설치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산청군의 지리산케이블카 추진은 설치추진위 발대식에 앞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었다. 비슷한 시기 함께 추진하던 함양군은 이후 2011년 함양 백무동~지리산(장터목)~산청 중산리를 연결하는 친환경 케이블카 사업을 경남도에 제시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산청·함양군을 비롯해 전남 구례군(성삼재~지리산 온천지구), 전북 남원시(육모정~정령치)와 지역 정계 등에서는 꾸준히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왔으며, 그때마다 관련 부처나 환경단체의 반대, 경제성 논란, 과열 경쟁 등 여러 상황에 부딪혀 무산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박 지사가 지난달 2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리산케이블카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경남신문DB/
박 지사가 지난달 2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리산케이블카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경남신문DB/

◇케이블카 설치 이유와 지역 파급 효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들은 나날이 늘어가는 등산객들의 발길에 의해 황폐해져 가는 지리산을 되살리고, 장애인과 노약자 및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천왕봉 등 정상부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통복지시설로서의 기능을 강조한다. 케이블카가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기술과 공법의 발전으로 지주탑의 개수를 줄일 수 있고, 선로 구역의 벌목을 하지 않아도 되며, 자재 운반도 헬기로 가능해 설계부터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등산객들의 발길을 케이블카로 유도해 등산로 주변의 자연 훼손을 막고 생태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지역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고, 그로 인해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전한다.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경남도의회에서 발의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촉구 건의안’엔 “지리산은 푸른 산과 맑은 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경남 최고의 산악관광지이나 많은 탐방객으로 인해 등산로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산림이 훼손됐다. 또 지리산은 등산로가 험하고 급경사로 신체적·문화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은 지리산 탐방을 원천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케이블카 설치의 당위성이 담겼다. 건의안에선 또 “덕유산과 설악산(권금성) 등산로는 과거 탐방객으로 인한 훼손이 심했으나 케이블카 설치 이후 자연 식생이 회복됐고, 스위스 테나마을은 태양열로 구동되는 친환경 케이블카를 운영하며 사업 이익의 일부를 환경 복원에 사용하고 있다. 결국 환경 문제는 케이블카 유무가 아니라 환경 복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이 중요한 것으로 케이블카는 환경훼손이 아닌 환경보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3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단체들이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에 모여 설악산 케이블카를 승인한 환경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경남신문DB/
지난 3월 3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단체들이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에 모여 설악산 케이블카를 승인한 환경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경남신문DB/

◇환경단체 등 반대 측 입장= 환경단체는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하 국시모) 등 단체는 지난 3월 초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에 모여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승인에 반발하는 집회를 가지면서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인철 국시모 사무국장은 “경남과 전남 구례의 경우 이미 적극적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준비한 이력이 있었기에 설악산 다음 사업 논의가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경부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의 반려 사유가 ‘환경 논리’보다는 ‘지자체 협의’를 강조하고 있기에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의 훼손을 부채질하고 생명 다양성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케이블카 안전성을 위해 대규모 벌목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생태계가 양분된다는 것이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국시모와 함께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을 반대하는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대표는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로 백두대간 시작점인 우리나라 생태계 중심”이라며 “그런데 지리산 자락의 여러 지자체는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산악열차와 도로 개설 등 할 수 있는 모든 개발사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자체는 자연과 생태를 파괴하고 경관을 해치는 케이블카 사업을 무작정 내세우기보다 관광지로서 사람과 환경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1월 열린 함양 지리산 케이블카 발대식./경남신문DB/
지난 2012년 1월 열린 함양 지리산 케이블카 발대식./경남신문DB/
2014년 2월 열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산청군 범군민 결의대./경남신문DB/
2014년 2월 열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산청군 범군민 결의대./경남신문DB/

◇향후 추진 과제는=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은 예전부터 수많은 이해관계와 반대에 부딪혀 왔고 과열 경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따라서 정부가 여러 곳에 허가를 내줄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리산케이블카는 현재 산청군과 함양군,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가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가 한 곳으로 의견을 모으지 않는 이상 번번이 무산됐던 예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여부는 이들 4개 시·군의 합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동 유치를 추진해왔던 산청군과 함양군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얼마만큼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전국 주요 케이블카의 수익성을 살펴보면 여수와 통영 등 몇 곳만 만족할 만한 흑자를 내고 있을 뿐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거나 적은 수익만 올리고 있다. 만약 지리산케이블카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케이블카가 우후죽순 설치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새로 설치가 추진되는 곳이 30여 곳에 이르기 때문이다. 설악산만 해도 오색케이블카 승인에 편승, 인제군이 백담사 케이블카, 고성군이 신선대 케이블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제주 한라산·성주 가야산·제천 월악산·광주 무등산·울산 신불산 등 산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물론이고, 부산시도 해운대와 이기대를 잇는 4.2㎞ 길이의 케이블카 사업 추진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리산케이블카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케이블카와 연계된 다양하고 차별화된 지속가능한 관광정책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홍보활동에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환경보전과 설치 당위성에 대한 사회단체와 지역민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반대 측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으로 일관한다면 지역사회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케이블카 설치의 순기능에 대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납득할 만한 방법들을 제시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케이블카 설치 이후에도 생태 보전을 위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우여곡절’ 20여 년을 끌어온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이 이번엔 종착점을 향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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