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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펜스 끊긴 스쿨존, 아이들 안전 빨간불

창원 초등학교 2곳 가보니

학생들 차 사이로 ‘위태로운 하교’

주택가·이면도로 펜스 없는 곳 많아

기사입력 : 2023-04-12 19:58:50

대전의 한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해 초등학생 3명이 다치고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음주운전 처벌과 함께 스쿨존 안전 펜스(방호 울타리)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경남지역 또한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은 스쿨존 구간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현재 스쿨존으로 지정된 구역은 827개소. 스쿨존으로 지정된 학교 출입구 인근이나 편도 4차선 등 도로에는 대부분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지만 주택가나 상권, 편도 2차로·이면도로 등에는 안전 펜스가 끊긴 경우가 많다.

12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스쿨존 안전 펜스(방호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다./성승건 기자/
12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스쿨존 안전 펜스(방호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다./성승건 기자/

12일 찾은 창원 의창구의 한 초등학교 하교 풍경도 위태로웠다. 오후 1시 40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좌우를 살피더니 이내 횡단보도가 없는 왕복 3차로 도로를 쏜살같이 건넜다. 이 학교 6학년 A군은 “동문에는 일부 안전 펜스가 있는데 정문에는 거의 없다 보니 등하교할 때 위험한 모습이 보일 때가 많다”고 얘기했다.

이 학교 정문의 ‘스쿨존’을 알리는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진 도로는 230m. 그중 안전 펜스가 설치된 구간은 정문 건너편 편도 40m에 불과했다. 학교 인근 가게 상인은 “몇 번을 위험하다고 얘기해도 저기 빨간색 도로(스쿨존)에서 장난치는 애들도 있어 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창원 성산구의 한 초등학교 또한 주택가와 맞닿은 이면도로에 안전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 않아 학생들이 차 사이를 다닐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민식이법’이 생긴 2020년 이후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2018~2022)간 경남 지역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는 2018년 27건, 2019년 50건, 2020년 49건, 2021년 52건, 2022년 55건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쿨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1명 있었다.

지자체는 안전 펜스 설치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안전 펜스를 설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창원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주택가에 펜스를 설치하면 통행하기 쉽지 않아 반대 민원도 많다”며 “또 상권이 있다면 상인이 차를 세우고 짐을 실어야 하는데 펜스를 치면 그 부분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애로사항을 고려해 학교와 거리가 있는 도로에 대해서는 안전 펜스 설치를 엄격히 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안전 펜스가 무단횡단을 줄이고 유사시 교통사고 피해 정도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보호책으로 설치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 안전관리처 교수는 “안전 펜스는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저감시키고 예상치 못한 충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도에 있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예방효과도 발휘한다”며 “길을 가다 보면 안전 펜스가 일부 끊긴 구간들이 있는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스쿨존 안에서는 정상적으로 설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어태희·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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