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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시긴트·휴민트- 양영석 (지방자치부장)

기사입력 : 2023-11-24 08:02:53

국가 간 정보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가 안보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보 수집 방법은 시긴트(SIGINT)와 휴민트(HUMINT)로 나눠진다. 시긴트는 통신, 레이더 등 전자 신호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말한다. 즉 도·감청이다. 휴민트는 인터뷰, 위장, 사찰, 문서 수집 등 사람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말한다. 간첩에 의한 첩보활동이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도청한 정황이 담긴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해당 문건에는 한국 공직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 고심하는 등 민감한 대화내용이 담겨 파문이 일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정보 출처가 ‘시긴트 보고’라고 적혀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내부 논의가 도청됐음을 의미한다.

▼대통령실 도청 사태와 관련, 시민단체의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국 고위당국자에 대한 고발 건을 수사한 경찰은 불송치결정을 내렸다. 이달 초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의 대통령실 입장 항목에 ‘관련 내용이 휴민트로 획득한 정보임에도 도·감청을 통해 획득했다고 둔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에 대한 국감에서 “간첩 색출 작전을 해야 할 거 같다. 여기 앉아 계시는 분 중에 간첩이 있다”고 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아무리 우방이라도 미국의 감청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상대방이 국가 이익을 침해했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굴욕적이다. 어떤 경로든 간에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양영석 지방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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