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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역언론 패싱 유감

기사입력 : 2024-01-11 21:14:17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취임 후 첫 경남 방문 일정으로 도당 신년인사회를 찾았다. 경남에서 자주 보기 힘든 한 위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많은 언론이 몰렸다. 행사 막바지, 기자석에 있던 낯선 기자들이 우르르 자리를 빠져나갔다. 영문을 모르는 지역 기자들은 한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참석자들과의 ‘셀카’까지 보고 퇴장했다.

현장 스케치 중인 본 기자에게 “지금 안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는 당황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장 도당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거세게 항의했다. 간신히 백브리핑장을 비집고 들어갔지만,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공식 건의, 이태원특별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고 갔다는 것을 다른 매체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기가 찰 노릇이다. 총선 때 경남에서 힘을 모아 달라 지지를 호소하면서 정작 경남 언론은 쏙 뺐다. 안방에서 열린 행사조차 지역 언론은 변방 취급이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경남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였다. 지역민을 대신해 한 위원장에게 질문할 기자들의 ‘입’이 막힌 셈이다.

항의에 놀란 도당에서 급히 자리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울었더니 떡 하나 입에 물려준 기분은 감출 수 없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피습 이후 헬기를 타고 서울에 가 치료를 받은 것에 대해 비판 성명서를 냈다. 지방 의료체계를 홀대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국민의힘 경남도당 신년인사회 지역언론 패싱과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선 직후 대통령 지역 순회 일정에서 경호와 보안을 이유로 지역언론 기자들의 취재를 막고 서울 취재진만 참여해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남 사람들에게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남 민심을 대변하는 경남 언론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정민주(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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