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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국가주의적 보수주의- 양영석(지방자치부 국장)

기사입력 : 2024-02-25 19:21:17

세계 각국에서 국가주의적 보수주의(national conservatism)가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 세계화로 표상되는 기존 보수주의를 밀어내고 득세할 조짐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2월 예정된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으며, 6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의 약진이 예상된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12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이 23%까지 치솟는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꽤 있다.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는 전통적인 가치와 사회 질서를 강조하는 보수주의에 강력한 국가 권력이 결합된 정치 사상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면서도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고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므로 외국인 이민 제한, 보호무역 등의 정책을 편다. 이는 글로벌화에 역행하며 국제사회 긴장을 초래한다.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는 국가의 안전과 질서를 강조하면서 필요에 따라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강력한 국가권력, 민족주의를 중시하는 이들의 지지를 받지만, 자유주의자는 물론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조차도 개인의 권리 침해와 차별 개연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 범죄, 경제 불평등 등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증가하면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심지어 벤자민 프랭클린은 “일시적인 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한다면 자유는 물론 안전도 누릴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의 창의성, 혁신, 다양성을 발휘하는 데 필수적인 개인 자유를 억압하는 이념·체제는 단호히 배격돼야 옳다.

양영석(지방자치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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