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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슬로시티 김해의 물문화도시를 꿈꾸며-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기사입력 : 2024-02-26 19:22:12

오늘날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나타나고 있는 극한적인 기상 이변 현상을 보면서 자연 보전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찬란한 가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우리 고장 김해는, 2000여 년 전의 금관가야는 뛰어난 철기 문화와 함께 강과 바다를 이용한 해상무역을 통하여 강력한 고대국가를 이루었으며, 우리 민족의 젖줄인 낙동강과 해반천, 신어천, 대청천, 화포천, 조만강을 비롯한 하천이 많아 물이 풍부한 고장이다.

김해시는 인구 56만명의 역동적인 도시로 성장하면서도 역사와 전통 문화 계승에 노력하고 생태 환경 가치를 존중하는 정책을 펼치는 등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점을 인정받아 2018년 6월 22일 국제연맹으로부터 도시형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이어서 5년마다 실시되는 2023년 슬로시티 평가에서 국제슬로시티 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 재인증을 받게 됨으로써 2024년부터 2028년 6월까지 국제슬로시티 회원 도시 자격을 유지하게 되었다. 앞으로 자연 환경 보전에 대한 김해시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우리 고장 김해의 화포천습지는 길이 8.4㎞, 전체 습지 면적 3.1㎢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하천형 배후 습지로서 2017년 11월에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23년에는 람사르습지도시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자연 생태계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수달, 황새, 참수리,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귀이빨대칭이, 남생이 등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을 포함하여 총 800종이 넘는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이다. 연간 1만~2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 철새도래지로서 해마다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찾아오고 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생태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해시는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을 중심으로 봉하마을, 낙동강 레일파크, 가야테마파크 등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한 친환경 관광벨트를 조성하여 자연 생태 관광도시를 구현함으로써 자연환경이 살아 숨쉬는 친환경 명품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훌륭한 물문화 환경을 지니고 있는 김해시는 앞으로 물의 자원화는 물론 물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물문화관과 자연생태학습관 등을 조성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하천 개발에 있어 지역의 역사·문화적 측면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 하천 개발을 해 온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역 주민의 의식이나 실천이 동반되지 못한 채 각종 시설물과 놀이터 중심의 하천 공간이 조성되어 왔다. 김해의 물문화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물문화 현황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하천과 자연생태습지가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적 측면과 친환경적 측면을 재조명하면서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물문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의 청계천을 비롯한 경기도 일산의 호수공원, 강원도 강릉의 경포호수 등은 지역 주민들의 쉼터는 물론 관광 명소로 자리잡고 있듯이 물문화 선진화를 위한 이론적·실증적인 연구와 정책 제안을 위하여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물문화 정책 세미나와 청소년 교육, 물문화 홍보 전략 등 많은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늘푸른 자연생태습지와 하천길을 산책하면서 찬란했던 가야 왕도 김해의 역사와 문화를 생각하고 물문화가 살아 숨 쉬는 힐링 공간이 확대되길 바란다. 물문화에 대한 관심과 꿈이 시민들의 청량제가 되길 바라면서 2024년 김해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화포천생태공원과 해반천을 비롯한 하천변에서 새들이 유유히 날아다니고 꽃이 피는 따사로운 봄날을 기대한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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