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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물 스트레스- 강희정(편집부장)

기사입력 : 2024-03-21 19:34:16

평균 수심 5m, 면적 325㎢, 서울 절반 크기에 가까운 거대한 호수가 사라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호수 주변은 생명으로 북적였고 지도에는 파란 물빛이 찰랑거렸다. 호수를 찾은 사람들은 귀신에 홀린 듯 몇 바퀴를 돌고 GPS로 위치를 확인하고서야 호수가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 바로 몽골 고비사막의 울란호수 이야기다. 울란호수는 인근 광산 개발로 강물 흐름이 중단되면서 2000년경 완전히 말라버렸다.

▼지난해 8월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25개 나라가 극단적으로 높은 물 스트레스(물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세계 인구의 약 50%가 1년 중 최소 한 달 동안은 물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극단적으로 높은 물 스트레스란 사용 가능한 물 공급량의 80% 이상을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9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유엔은 ‘세계 물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실린 ‘국가별 물 스트레스 수준’ 에서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지수가 25~70%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의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813㎜보다 많은 1300㎜(1986~2015년)이지만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연간 총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우량이 여름에 집중돼 이용 가능한 수자원이 부족한 이유도 있다.

▼“우리는 분명히 물 스트레스 국가에 살고 있는데 국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하천과 호수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 저자 최종수 박사의 말에 뜨끔하는 건 기분 탓일까. 오늘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 스스로 압박감을 가지고 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일으킨다. 사라진 몽골 울란호수나 “우물이 마르면 그제야 물의 소중함을 안다”던 18세기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강희정(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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