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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14) 숲속 공포의 포식자 ‘새매’

새매가 떴다 꼭꼭 숨어라

기사입력 : 2024-03-21 20:55:03

저수지 인근 주남갤러리가 사냥터
직박구리·참새·박새 등 급습
순식간에 낚아채 먹어 치워
작은 산새들에게는 공포의 대상

주남저수지를 찾은 새매가 나무 위와 인근 논에 앉아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새매가 나무 위와 인근 논에 앉아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다.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에는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는데, 이 새를 잡아먹는 맹금류도 함께 살아간다. 강하고 빠른 새는 약하고 느린 새를 잡아먹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주남저수지에도 먹고 먹히는 생태계 시계는 계속 돌고 있다. 오늘 탐조여행의 주인공은 숲속의 최고 사냥꾼 새매로 작은 산새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저수지 인근 매화나무 숲에 직박구리와 참새들이 모여서 먹이를 먹고 있는데 새매가 급습했다. 놀란 직박구리와 참새는 매화나무 숲속으로 쏜살같이 날아들어 새매의 공격을 피한다. 이런 습격이 하루에도 서너 차례 계속되지만 방공호가 되는 매화 숲 덕분에 새매의 사냥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새매가 나무 위와 인근 논에 앉아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새매가 나무 위와 인근 논에 앉아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다.

새매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나그네새이자 겨울 철새로 매년 10월 초순 찾아와 이듬해 5월까지 관찰된다. 지난 2015년 5월 경기도 포천에서 번식한 것이 확인되었으며, 4~5개의 알을 낳고 32~34일간 품는다. 수컷의 몸 윗면은 청회색, 귀깃 아랫부분과 가슴 옆 부분은 주홍색이다. 몸 아랫부분은 흰색이며, 주황색 가로줄 무늬가 있고 눈은 노란색이다. 암컷은 수컷보다 더 크고 몸 윗면은 대부분 회갈색이다. 눈썹 선이 수컷보다 뚜렷하다. 몸 아랫면은 흰색에 가는 갈색 줄무늬가 있고 눈은 노란색이다. 아고산대의 산림에서 서식하며, 번식이 끝나면 단독으로 생활한다. 주로 곤충이나 조류, 설치류 등을 잡아먹는다.




저수지 인근 주남갤러리는 새매의 주요 사냥터다. 새매가 순식간에 참새 한 마리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새매는 사냥감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쥐고 주변을 살핀다.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는 사냥한 먹이의 목을 물어 숨을 끊은 후 먹는다. 하지만 새매는 사냥한 먹이를 그 자리에서 털을 뽑고 먹어 치운다.

강한 녀석이 약한 녀석을 잡아먹는 약육강식은 자연의 섭리이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생태계의 질서이다. 새매의 습격이 잦아지자 이곳을 찾아오는 직박구리, 검은이마직박구리, 참새, 박새 등은 새매의 공격에 대비해 끊임없이 경계한다. 찰나의 순간 새매가 급습하면 산새들은 가시가 있는 거제왕찔레 숲과 매화 숲을 방공호로 활용하고 있다. 먹고 먹히는 야생에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생존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종수(생태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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